[르포] "물로 사업보국" 故신춘호 농심 창업회장 철학 '백산수'로 代이어 흐른다
농심 사업 철학 고스란히 담은 백산수오염 물질 원천 차단 위해 공정 전체 자동화대형 모델 대신 '물' 자체로 마케팅 승부수
[연길=뉴시스]동효정 기자 = "농심이 정성을 다해 길어 올린 물로 인간의 꿈인 무병장수가 실현되기를 염원합니다." '라면 1등' 농심이 생수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고(故) 신춘호 농심 창업회장의 이 한마디가 있었다. 신 창업회장은 주식(主食)이 되는 신라면 등 라면, 간식이 되는 새우깡 등 스낵, 사람의 삶을 이루는 본질 물에 집중했다. 이렇게 시작한 농심의 생수 브랜드 '백산수'는 올해 신공장 가동 10주년을 맞았다. 농심은 '대표 K생수' 백산수를 통해 대를 이어 '물을 통한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글로벌 생수 시장을 넓혀오고 있다. 이미 K라면 선봉장으로 입지를 다진 농심은 오너가 2세 신동원 회장, 3세 신상열 전무 등 경영진의 진두지휘 아래 백산수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모습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1100㎞를 달려오는 백산수의 깨끗한 여정은 해발 670m 고지에 위치한 청정 수원지, 내두천에서 시작한다.
◆40년 천연정수기 타고 흘러 솟은 물, 사람 손 하나 타지 않게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백산수 수원지' 내두천은 농심이 물 사업을 위해 2003년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발굴한 백두산 원시림보호구역 깊은 곳에 있다. 백두산은 조지아 코카서스산, 스위스 알프스산과 함께 3대 청정 수자원 지역으로 인정받는다. 일반인 출입은 제한되며, 쓰러진 나무조차 함부로 치울 수 없는 보호구역이다. 60년간 산불 한 번 없었던 이 숲은 고요하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솟는 용천수는 40년 전 백두산 천지에 내린 빗물이 암반층을 따라 지하 1000m 아래로 스며들었다가 자연 여과를 거쳐 솟아오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백산수는 나트륨·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균형 있게 포함된 고품질 용천수다. 특히 실리카가 많아 여성 피부 미용이나 심장질환·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현장에서 백산수를 마셔본 취재진들은 "아무런 향도 맛도 나지 않지만, 그 자체로 깔끔하고 시원하다"는 평가들을 내놨다.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실리카는 화산암반수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미네랄로 부드럽고 단맛이 나게 하며 깔끔하고 깨끗한 여운을 남긴다"며 "백산수 역시 실리카를 다량 함유한 좋은 물"이라고 설명했다.
◆최고 등급의 설비 따라 흐르는 물 '백산수' 백산수는 내두천에서 최고 등급의 스테인리스 배관을 따라 이도백하의 백산수 스마트팩토리로 흘러간다. 백산수는 '깨끗한 물'을 위해 물이 지나는 모든 관은 의료용 스테인리스 소재(SUS 316L)로 제작돼 외부 공기와 단 한 번도 접촉하지 않는다. 자외선, 고성능 필터를 이용한 정수 설비는 독일 펜테어(Pentair)사 제품이며, 병 제작과 보틀링 설비는 캐나다 허스키(Husky), 독일 크로네스(Krones) 등 프랑스 에비앙과 동일한 세계적 기술이 동원됐다. 세척에는 특수 설계된 볼을 배관 안에 흘려보내는 방식(CIP)을 활용해, 2시간 30분간 압력과 마찰로 내부 위생을 관리한다.
현재 백산수는 한국에서는 52개 항목, 중국에서는 48개 항목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받는다. 농심은 자체적으로 미생물 12종을 포함해 용기 안전성 등 약 100여 가지 항목 관련 품질 검사를 추가로 진행한다. 농심은 공장 내에 첨단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수질 안정성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안명식 농심 중국법인장은 "백산수는 화학적 가공 없이 바로 마시는 제품이기 때문에 생산의 모든 순간이 완벽해야 한다"며 "오염 물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공정 전체를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엄격한 품질 검사를 실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백산수 공장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생산에 이어 물류 효율화도 구축했다. 기존 팔레트 방식으로는 한 컨테이너에 물 1280박스를 실었지만, 농심은 얇은 플라스틱 판을 삽입하는 '슬립시트' 방식을 적용해 최대 1600박스까지 적재하며 물류비를 크게 절감했다. 이 기술은 농심이 직접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 사업 철학 고스란히 담은 백산수…대형 모델 대신 '물'로 말한다 올해 농심은 백산수 신공장 가동 10주년을 맞아 국내 시장에서는 가격이나 모델보다 물 자체의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한다. 농심은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된 깨끗한 물을 알리기 위해 대형 모델 기용 없이 마라톤 대회나 커피 브랜드 협업 등 일상 속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한다. 백산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매출 1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3년 240억원에서 시작해 2019년 연 1000억원대 매출을 넘어섰다. 현재 전체 매출의 약 25%는 중국 시장에서 나온다. 이에 농심은 2022년부터 중국 맞춤형 5L 제품을 생산하며 특수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중국 천연광천수위원회로부터 수원지 최고 등급인 '5A 인증'을 받아 중국에서도 품질 공신력을 확보했고, 연간 약 5만톤, 1억 병 납품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심규철 농심 마케팅부문장은 "생수는 맛을 더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파는 제품이기에 마케팅이 가장 어렵다"며 "백산수는 수원지, 설비, 관리 기술까지 모두 자신 있는 완벽한 물"이라고 강조했다. 심 부문장은 "40년의 시간을 거친 용천수에는 농심이 바라는 무병장수의 염원이 담겨 있다"며 "단지 물을 파는 게 아니라 농심의 철학을 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