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클린턴 승리를 두려워하는 이유… 강경 대러 정책에 '깊은 유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해커들까지 동원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백악관 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재차 재기됐다. 또한 푸틴의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 정부의 전략적 차원에서 비롯된 것일 뿐 아니라 클린턴에 대한 푸틴의 사적 원한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마이애미 헤럴드’와 ‘월드 폴리틱스 리뷰’의 국제문제 칼럼니스트인 프리다 기티스는 17일(현지시간) CNN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푸틴이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클린턴이 그동안 러시아의 외교 정책과 사사건건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강경한 대(對) 러시아 정책을 표방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티스는 또한 2011년 러시아에서 대규모로 일어난 푸틴 퇴진 시위 당시 클린턴이 이를 부추긴 발언을 한 것이 푸틴의 깊은 사감을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티스 칼럼 주요 내용. 미국의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견이 일치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서로 생각이 맞지 않는 게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미국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허약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는 걸 무서워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클린턴의 낙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해커들은 클린턴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2만여 쪽 분량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 그 내용을 폭로했다. 당시 인터넷 보안전문가들은 DNC 해킹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기관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최근에는 클린턴 캠프의 선거본부장 존 포데스타의 트위터가 해킹당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제 러시아가 미국의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비난을 하고 있다. 이제까지 러시아의 움직임은 클린턴에게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왜 클린턴을 두려워할까? 트럼프는 기침을 하면서 비틀거리는 클린턴의 약한 모습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반면 푸틴은 클린턴을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푸틴의 입장에서는 클린턴을 낙마시키는 일이 러시아의 중요한 전략적 목표일 뿐 아니라 사감이 엉킨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야당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살을 에는 듯 강추위 속에 수천 명의 시위대들이 모스크바 거리를 메웠다. 시위대들은 공명선거와 푸틴 퇴진을 요구했다. 그들은 “푸틴은 도둑”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푸틴은 권력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클린턴이 이 사태에 끼어들었다. 클린턴은 “러시아 국민들은 다른 모든 나라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고,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푸틴의 화가 뻗쳤다. 그는 클린턴이 러시아 야당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비난했다. 그 때 개인적인 사감이 깊게 얽히고 만 것이다. 최근 푸틴은 점점 강경노선의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푸틴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등에 도전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위축된 경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그 힘을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 해커들은 어떻게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서방의 분석가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모델의 신빙성을 떨어트리고, 유럽과 미국 간 동맹을 흔드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최근 유럽에서 세력을 얻고 있는 극우세력도 부추기고 있다. ‘크렘린의 각본(Kremlin Playbook)’에는 유럽과 미국의 선거에 간섭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푸틴은 과거 소련 위성국이었던 나라들에 과거의 영향력을 다시 행사하고 싶어 한다. 유럽과 미국, NATO 세력의 약화도 바라고 있다. 클린턴은 이런 푸틴의 비전과 사사건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러시아와 일치한다. 그는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제재도 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 푸틴과 아사드 정권 간 벌이고 있는 동맹 정책에도 함께 할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무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러시아에 대한 클린턴의 비난은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 지난 2014년 푸틴이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당시 클린턴은 이를 히틀러의 동유럽 침공을 상기시킨다고 비난했다. 푸틴은 이에 대해 클린턴은 “그녀의 성명은 우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고 응수했다. 클린턴은 또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절제된 반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러시아의 크림 합병과 우크라이나를 흔드는 행위에 대해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부류에 속해 있다”라고 말했었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에 가장 긴급한 외교 현안은 시리아 내전 문제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면서 민간인 폭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토론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시리아 문제에서 푸틴과 협력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 러시아 군도 접근하지 못하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클린턴은 러시아와 긴밀한 연락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클린턴은 “나는 그들과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행 러시아 정책과는 아주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다. 푸틴에게 아주 당혹스러운 일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