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 왜 이러나③]‘사계절 온대’ 한국, 아열대화?
폭염 특보가 내려졌던 7월25일 제주도에서 온열 질환 사망자가 또 발생했다. 올해 제주도에서 발생한 두 번째 온열 질환 사망자다. 앞서 7월5일에는 제주시 아라동 한 식당에서 조경 작업하던 B(50)씨가 쓰러져 열사병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결국 사망했다. 이처럼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날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린 이날 서울이 35.4도까지 치솟는 등 서쪽은 제주와 마찬가지로 불볕더위를 기록했지만, 경북 포항시 24도, 경주시 26도 등 동쪽은 가을 날씨처럼 선선해 극과 극 날씨를 보였다. 기온이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을 보인 것은 본래 북방 한류의 영향으로 선선했던 동풍이 직접 영향을 미친 영남 등 동쪽 지방은 날씨가 선선했으나 백두대간을 넘어서며 열풍으로 바뀌어 서쪽 기온을 끌어올렸다. 흥미로운 장면은 또 있다. 7월16일 충북 청주시에 물 폭탄이 투하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청주 강수량은 290.1㎜에 달했다. 충북 상당(260.5㎜)과 증평(225.0㎜), 충남 천안(232.7㎜), 진천(149.5㎜), 괴산(173㎜), 세종 연서(114.5㎜), 보은(62㎜) 등 충청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반면 통영을 제외한 경남 대부분 지역과 부산, 울산, 대구, 경북내륙, 강원 영동, 제주 등지에는 이날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폭염주의보가 발효할 정도로 기온이 치솟았다. 이날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는 한반도 중부 상공에 크게 두 개의 기류가 걸치면서 그 경계선이 위치한 이 지역에 비를 머금은 구름대가 폭발적으로 생겨난 것이 원인이다. 이 구름대는 남북으로는 좁게, 동서로는 길게 형성한 데 따라 일부 지역에는 국지성 호우가 발생했지만, 비가 안 내린 지역에는 열기가 켜켜이 쌓이면서 폭염이 한참 지속했다는 분석이다. ◇이상한 한반도 여름 날씨, 아열대 기후?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북쪽의 더운 공기와 남쪽의 더욱 더운 공기가 만나 비구름이 좁은 지역에서 징마전선이 발달한다. 이 때문에 수증기의 양도 많아지게 됐다. 이는 특정 지역에 집중호우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연평균 강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상청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강수량이 2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북쪽에서 왜 찬 공기가 아니라 더운 공기가 내려오는 것일까. 이는 중국 북서부 지방의 사막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역에는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사막 등 중국 내 사막 지대와 몽골의 사막과 초원 지대 등이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 지역 기온 역시 계속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고산지대 만년설이나 몽골 초원지대의 얼음층은 빠르게 녹고, 사막화가 이뤄지는 면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끊임없는 개발로 인한 삼림 파괴도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고온건조한 공기가 동중국해에서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남서풍과 만나면서 물 폭탄을 잉태한 강력한 장마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만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는 건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반도 아열대화는 바다에서는 이미 시작했다. 지난해 제주 동북쪽 해역에서 고등어잡이 배들이 낚은 것은 '국민 생선' 고등어가 아니라 '고급횟감' 참다랑어였다. 무려 1만 마리 넘게 잡았다. 참다랑어는 태평양, 대서양 등에 주로 사는 난류성 어종이나 남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우리 해역까지 올라왔다. 매년 8~10월 동해에서 주로 잡히던 오징어는 최근 서해에서도 어획량이 늘고 있다. 동해나 남해에서 주로 잡히던 대구도 이젠 충남 보령 앞바다 등 서해에서 많이 잡히고 있다. 남해안 대표 어종인 멸치도 이제 동해와 서해에서도 많이 잡힌다. 반면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제주도에서 온실 재배이긴 하나 아열대 식물인 바나나나 망고 재배가 본격화하는 것이나 치솟는 기온으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 불리는 대구의 한 가정집에서 역시 아열대 식물인 파초가 열매를 맺은 것도 아열대화의 방증이다. 기상청 김성묵 전문예보분석관은 “향후 매년 3월 혹은 10월이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아열대기후 조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급격하게 아열대화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먼저 아열대 지방에서 창궐하는 각종 풍토병이 한국에 상륙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감염 질환 현황을 분석해 보면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SFTS(중증혈소판감소증)' 환자는 3년 새 4.6배 늘었다. 올해도 7월11일 기준 48명이 발병해 13명이 숨졌다. 털진드기가 옮기는 ‘쓰쓰가무시증’ , 참진드기가 옮기는 '라임병' 등 환자도 급증 추세다. 아열대성 외래종 등검은말벌, 일본 뇌염을 일으키는 빨간집모기 출현은 약과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이집트 숲모기의 침입도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면서 2010년을 기점으로 벌레, 곤충이 급증한 것 같다”며 "정부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건설 현장도 비상이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에서의 작업은 문제가 아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공법과 재료 선택 문제다. 여강희 제일토목 대표는 "그동안 한국은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온대 지방이었다. 여기에 맞춰 건설이나 토목 등 모든 것이 계획됐고 시공됐다”면서 “그러나 아열대 기후가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각종 시설 등의 안전도 역시 다르게 준비돼야 한다"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