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아시아 최초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숙제는 잔뜩
남은기간 9개월, 골 결정력·조직력 강화 및 세대교체 나서야 【서울=뉴시스】황보현 기자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5일(한국시간) 자정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 최종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4승3무3패(승점 15)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 이란과 2-2 무승부를 거둔 시리아(승점 13)의 추격을 뿌리치고 조 2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경질 후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신 감독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힘들게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겼다. 그 동안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본선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시아 최초' 9회 연속 월드컵 진출 쾌거 한국은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내년에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까지 단 한 번도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하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거슬러 올라가면 1954 스위스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총 16번의 대회에서 9차례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만큼 월드컵에서 한국은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최종예선에서는 부진을 거듭했다.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대한축구협회는 예선전 도중 사령탑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한국의 월드컵 첫 도전은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헝가리, 터키에게 0-9, 0-7로 패배하면서 한국은 서둘러 짐을 싸 스위스를 떠나 고국으로 향했다. 이후 한국은 32년이 지나서야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다. 이 대회서 한국은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이탈리아와 한 조에 묶였다. 야심차게 월드컵 첫 승에 도전했지만 1무2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만큼 세계의 벽은 높았다. 한국은 4년 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노렸지만 3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또 다시 고개를 떨궜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선 스페인, 볼리비아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16강 진출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지만 독일에 2-3으로 패하면서 좌절했다.
이 경기 패배로 당시 차범근 감독은 월드컵 도중 경질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은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1-1으로 비기면서 첫 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월드컵 첫 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승리는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48년 만에 이뤄낸 역사로 기록됐다. 이후 승승장구한 한국은 4강에 오르며 전 세계를 깜짝 놀래켰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역사에 기록을 만들었다. 토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2차전 프랑스와 1-1 무승부, 3차전 스위스에 0-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사상 최초 월드컵 원정 16강을 이뤄냈지만, 4년 뒤 브라질 대회에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무2패로 짐을 쌌다. ◇해결 못한 골 결정력···조직력 강화 시급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품었지만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은 축구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실점은 했지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 2경기 180분 동안 답답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이에 신 감독은 "지지 않는 축구를 하기 위해 수비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월드컵 본선행 실패를 두려워해 조심스럽고 수비적인 경기력을 펼쳤다는 점과 주축 선수인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100% 몸 상태가 아니였다. 최종예선 도중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이런 지적을 뒤로 하고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큰 목표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으로는 본선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 감독은 이번 2연전을 앞두고 K리그 소속 선수들을 대거 뽑았다. 하지만 정작 이란전에서는 K리그 선수들보다 해외파 선수들을 내보내며 졸전 끝에 비겼다. K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해외리그에서 뛴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이번 2연전을 준비하면서 K리그에 조기 소집을 요청한 신 감독이 이란전에서 해외파 위주로 선발 명단을 짠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해외파들은 부실했던 잔디를 제외하더라도 최고의 몸상태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3년전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짐을 쌌다. 이후 한국축구는 세대교체에 실패했고 제자리를 맴돌았다. 신 감독이 이번 2연전을 앞두고 이동국, 염기훈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만큼 한국축구는 해결사를 키우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이 월드컵에 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까지 새로운 선수 발굴과 조직력 강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는 "내가 준비하는 것보다 선수들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가대표팀의 뿌리는 K리그다"고 강조했다. 이어 "K리그에 좀 더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상의해서 점진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약 9개월의 시간 동안 골 결정력 해결과 조직력 강화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계 축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실패는 불보듯 뻔하다. 신 감독은 "나는 상당히 공격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부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색깔을 완전히 입히지 못했다. 남은 시간 준비를 잘해서 한국 축구가 얼마나 강한지 러시아에서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