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독배일까 성배일까'…정치인생 기로에 선 유승민
'한 달' 내 중도·보수통합 성과 못내면 추가 분당 가능성 유승민 "한국당·국민의당에 각각 대화 창구 만들 것"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되며 지난 제19대 대통령선거 이후 다시 한 번 여의도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33명의 의원이던 당이 11명 원내비교섭단체로 전락한 상황에서 방향키를 잡은 유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앞날은 그리 녹록지 않다. 먼저 보수대통합이란 기치 아래 자유한국당이 점점 세를 불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정당의 유 대표는 '개혁보수'를 주창하고 있다. 유 대표는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새 정치지형을 꾸리겠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보수 분열의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다. 이미 친박계로부터는 배신자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유 대표다. 따라서 남경필 경기지사 등 당 내 온건 자강파가 중도·보수대통합의 '가시적 성과'를 한 달 안에 만들어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하면 배신자 이미지에 보수 분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오롯이 그를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 대표가 쥔 당권이 독배가 될지 성배가 될지가 연말 안에 결판이 나게 돼 있다는 이야기다. 유 대표는 지난 13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당원대표자회의)에서 56.6%(1만6450표)의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유 대표는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지금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며 "이 겨울이 얼마나 길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똘똘 뭉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강철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유 대표는 지난 2000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권유로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으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2004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초선 국회의원이 됐고 20대 총선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다.
2015년 원내대표 시절에는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으로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을 정면 비판했고 이로 인해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히며 20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의 고배까지 들었다. 그러나 유 대표는 무소속으로 대구동구을에 출마해 당선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당선 이후 새누리당에 복당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의 마찰은 계속됐고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자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가결을 주장하면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과 탈당한 뒤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이후 대선 후보에까지 올랐다. 먼 길을 돌아 정당의 대표까지 됐지만 갈길은 멀다. 유 대표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추가 분당을 막는 것이다. 통합파 9명의 탈당 선언 이후 추가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8일 바른정당 잔류 의원 11명은 의원간담회를 열고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보수대통합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당장 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응급 처방이었다. 강경 자강파인 유 대표와 하태경 최고위원 등이 한 발 물러서며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일부 의원들이 중도·보수대통합 논의의 데드라인으로 '한 달' 조건을 내걸며 유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는 다음달 중순 전까지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남 지사는 지난 8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단 (전대 후 꾸려질) 새 지도부에 한 달 말미를 준 것"이라며 "(중도·보수대통합은) 국민의당까지 열겠다는 것이다. 늦은감이 있지만 끝까지 노력해보고 한 달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초대 당대표를 맡았던 정병국 의원도 같은날 "아무리 뜻과 원칙이 좋아도 사람에 대한 정이 떨어지면 함께 할 수 없고 반성 없이 마이웨이를 하면 (탈당은)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안 논다'는데 우리 당이 갈수록 물은 맑아지는데 물고기가 자꾸 떠나면 안 된다"고 유 의원을 향해 뼈있는 메시지를 보냈다.
반면 원칙에 얽매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보수대통합에 역행했다는 결과만 남으며 친박뿐만 아니라 보수 지지자 전체로부터 배신자·분열의 아이콘으로 낙인 찍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말을 아껴온 유 대표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음달 중순까지는 성과를 내겠다는 선언과 함께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유 대표는 지난 13일 당선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감회를 열어 "12월 중순까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자는 합의가 있는 만큼 진지하게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의원총회에서 바른정당 창당 정신을 지키면서 중도·보수통합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는데 양쪽 다 거부 반응이 있는 것 같다"며 "만약 3당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한국당에 대해 창구를 만들고,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창구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해 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새 지도부 출범 초기인 만큼 당 내에서도 지원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문헌 전 최고위원은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거듭나서 정권을 교체하는 책무는 새 지도부에 있다"며 "자강도 연대도 통합도 좋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됐을 때 바른정당이 한국 정치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당대회 3위를 차지한 정운천 최고위원은 "이제 지역장벽과 이념장벽을 깨고 좌우를 넘어서 우리 국민만을 위한 실사구시 실용정당으로 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