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계획]자살 7만명, 심리부검추진…'헬조선' 원인부터 밝힌다
하루 평균 36명(연 1만3092명)의 자살사망자가 나오는 '헬조선'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예방정책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확정하고, 오는 2022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17.0명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2011년(31.7명)의 46%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3년 인구 10만명당 2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에 진입한 이래 한번도 자리에서 내려온 일이 없다. 2011년에는 31.7명으로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자살률은 감소세를 나타내며 지난 2016년 기준 25.6명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OECD 35개국 평균(12.1명·2015년)과도 2배 이상 격차다.반면 자살사망자의 기대소득 손실만 연간 6조5000억원(2012년)이며, 자살유가족의 고통과 자살 고위험 등을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13째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우리 국민의 자긍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주무 장관으로서 자살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복합적인 자살원인, 해명"…예방정책 수립 근거 마련 복지부는 우선 올해와 내년 자살사망자와 유가족에 대한 심리부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심리부검은 주변인들의 진술 등을 통해 고인의 사망 전 일정기간 동안의 심리적 행동양상 및 변화, 상태를 재구성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살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정부와 지역사회의 접근이 매우 어렵다. 복지부는 경찰청 자살사건 수사기록을 통해 ▲자살동기 ▲자살자 특성(경제상황, 고용 및 혼인상태, 질병 등) ▲자살방법 ▲장소, 지역별 특성 등의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내년 말께 발표돼 자살예방정책 수립의 근거로 활용한다. 권준욱 건강정책국장은 "올해 28억원의 예산이 확보됐고, 내년에도 같은 수준의 예산이 편성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 등 연령·계층별, 지역별 통계 등 자료 확보·분석을 통해 자살동향을 감시할 수 있는 '국가 자살동향 감시체계'를 구축 운영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내달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해, 행동계획을 전담계획 추진을 전담하게하고, 국무총리실은 분기별 관계부처 차관이 참석하는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점검협의회'로 이행실태를 점검해나갈 계획이다. 지자체도 매년 시·도별 자살예방계획 시행결과를 평가하고 공표한다. 고위험 계층에 대한 맞춤형 자살예방 대책도 추진된다. 종교기관, 시민단체 등의 인력을 중심으로 자살예방 민간활동가 '게이트 키퍼(gatekeeper)' 100만명 양성해 지역사회의 자살예방 경계수위를 높인다. 특히 사업장, 교육시설, 의료기관 등에 각각 자살예방 과제가 부여됐다. 사업장은 자살예방교육을 확대하는 등 자살예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도 실직자와 감정노동자, 장시간노동 등 취약한 근로조건에서 근로하는 등 고위험 계층에 대한 자살예방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노동자 자살예방상담, 사업장 직무스트레스 예방실태 점검, 자살 발생 사업장 근로감도고간 조사 등도 추진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서비스 모델을 개발한다. 특히 병원 응급실를 기반으로 자살시도 생존자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는 사후관리 사업을 올해 52개소로, 전년(42개) 대비 확대한다. 우울증 검진과 스크리닝 확대와 자살 유가족 자조모임 활성화와 연예인 등 유명인 자살 대응 체계도 구축한다. 노인·군인과 초·중등학생·학교밖청소년 등에 대한 연령별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청소년은 물론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 교육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향후 정부는 재계·종교계·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가 참여하는 '(가칭)생명존중·자살예방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자살률 감소와 국민행복 증대를 위한 인식개선과 과제발굴에 협력할 계획이다. 이밖에 사회보장서비스 제공기관 간 연계를 통한 고위험군 발굴 강화와 지원체계도 구축한다. 오는 6월 공개되는 정신건강사례관리시스템(MHIS)을 통해 고위험군으로 발굴된 대상자는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지속 지원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부채부담·파산 등 위기 대상자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39개소) 방문했을 때, 지역 사회복지공무원이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하게 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전국민이 자살 문제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