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 남는게 아니다…'남겨진, 미술, 쓰여질, 포스터'展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8월3일 개막1960~2010년 미술 포스터 60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시후 철거되거나 떼어져 사라지는 포스터를 모아온 김달진 관장이 '포스터 전시'를 기획했다.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만들어진 미술 포스터를 1000여 점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이 가운데 1960년대부터 2010년대 나온 예술적, 기록적 가치만을 지닌 ‘미술 포스터’ 60여장을 뽑아 전시 제목을 정했다. '남겨진, 미술, 쓰여질, 포스터'. 오는 8월3일부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선보인다. 다양한 맥락에서 기증 받거나 자체적으로 입수하여 박물관이 소장 중인 ‘남겨진’ 포스터'라는 의미도 있다. 포스터는 광고나 선전을 위해 사용되어 온 가장 고전적 매체다. 포스터를 발명한 사람이 중국인이라는 설도 있고, 고대 이집트인이 도망 노예를 수배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처음이라는 설도 있으나 모두 분명하지는 않다. 확실한 것은 본격적으로 포스터가 사회에 주요한 매체로 등장한 시기가 석판화 기술의 발명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량 인쇄가 가능해진 18세기 후반이라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이때까지 포스터는 간결한 문자와 디자인 요소를 통해 통행인의 즉각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응용미술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한다. 프랑스 화가 쥘 세레(Jules Cheret, 1836-1932)는 최초의 원색 석판인쇄 포스터를 1858년 선보인다. 세레는 당시 생활용품이나 가게 간판에 등장하던 그림과 글자처럼 간결하고 평면적인 색과 선으로 포스터를 구성했다. 이는 르네상스 이후의 입체적 명암법과 원근법에 기반한 그림들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런 세레의 포스터는 툴루즈 로트렉, 피에르 보나르, 조르주 쇠라 등 미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로트렉과 알폰스 무하 같은 화려한 색채와 대담한 표현 기법, 뛰어난 소묘 실력을 지닌 화가들은 포스터를 순수예술의 영역에 들어서게 한다. 20세기 이후 포스터의 영향력은 라디오, TV, PC와 스마트폰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들의 등장에 따라 축소되었다. 그러나 다른 고전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포스터는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미적 의미를 획득하였고, 앞으로도 매체로서의 생명이 지속될 것이다. 포스터는 무엇보다도 인쇄 및 복제란 행위에 초점을 두고 볼때 판화와 그래픽디자인으로 분화하여 확장되었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작가라면, 포스터는 전시장의 작품보다 시기적으로 더 앞서서 대중에게 보이는 작가의 ‘첫인상’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1969년 프랑스 사진가 장 으젠 오귀스트 앗제(Eugène Atget, 1857~1927)의 회고전 포스터(김홍남 기증)부터 2005년 독일 동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린 '고구려 무덤 벽화의역사적 이미지'전 포스터등 희귀 포스터도 선보인다. 전시는 그림만 남는게 아니다. 작가의 홍보물이자 미술역사의 기록물이다. '포스터도 모아볼까?'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전시다. 김달진 관장은 "인간 오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각에 호소하는 ‘미술’을 담은 포스터는 역사와 기억을 소환하는 시각적 기호로서 활용도가 높다"며 "미술사적 의의가 큰 개별 포스터 해설을 통해 인류문화사에 대한 관람객의 시각도 확대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전시는 10월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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