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분리 완화④·끝]대기업 CVC 1호는 어디?…셀트리온·GS 유력 후보
서정진 회장 "CVC 방향 잡히면 5000억 펀드 조성"2010년 지주사 세우며 VC서 손 떼…재진출하는 것GS도 관심…"간담회서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전언GS홈쇼핑, 투자한 프레시지와 협업…'꼬막장' 성공지주사 밖으로 CVC 뺀 롯데, "다시 들여올까" 관심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향한 정부의 기대가 크지만, 핵심은 결국 대기업이 얼마나 뛰어드느냐다. 시장에서는 일반 지주사의 CVC 1호 후보로 셀트리온과 지에스(GS)를 꼽는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5일 인천 연수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린 '세계 바이오 생산 허브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정부가 CVC 방향을 잡으면 5000억원 규모의 바이오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CVC 허용안을 내놓은 뒤 재계 인사가 CVC 참여 의사를 직접 밝힌 것은 서 회장이 처음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다른 벤처캐피털(VC)과 벤처 투자 펀드를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 2017년 프리미어파트너스의 '프리미어글로벌이노베이션펀드'(750억원 규모)와 미래에셋의 '미래에셋신성장투자조합 1호'(1500억원 규모)에 각각 50억원·750억원을 출자했다. 2019년에는 KDB산업은행과 최대 2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서 회장은 VC를 경영한 경험도 있다. 셀트리온창업투자(옛 넥솔창업투자)다. 2005년 인수해 5년가량 보유하다가 2010년 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셀트리온홀딩스에 합병했다. 당시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가 불가능해 손을 뗐다가, 7월30일 정부 허용안이 윤곽을 드러내자마자 재진출 의사를 타진한 셈이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여러 차례 창업을 시도해 셀트리온을 일군 서 회장은 'VC가 조성하는 펀드에 개인 자금으로 투자한다'는 말이 시장에 돌 정도로 벤처기업에 관심이 크다"면서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입법돼 CVC 보유가 허용되면 가장 먼저 설립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GS도 CVC에 관심이 크다는 전언이다. 정부 관계자는 "CVC 허용안을 발표하기 전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만든 간담회 등지에서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곳 중 하나가 GS"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GS는 계열사 GS홈쇼핑 산하에 관련 조직(이노베이션플랫폼사업부)을 두고 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밀키트(Meal-kit·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을 포장해 파는 간편식) 기업 '프레시지'가 대표 사례다. 2019년 초 프레시지가 중기 단계 투자금을 모을 때 40억원을 출자해 인연을 맺은 GS홈쇼핑은 이를 계기로 식품 사업 강화에 나섰다. 프레시지와 '바다 향 가득 통 꼬막장'을 함께 만들고, 자사 채널에서 처음 선보였다. 출시 2개월 만에 70만통을 팔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사례가 정부가 CVC가 활성화했을 때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GS의 움직임을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GS홈쇼핑은 디자인 소품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 미용 상품 전문 쇼핑몰 및 커뮤니티 '스타일쉐어' 건강기능식품 에버콜라겐을 파는 '뉴트리' 등에도 직접 투자했다. 롯데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롯데는 2016년 롯데액셀러레이터라는 CVC를 설립해 경영하다가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그 지분을 정리했다. 당시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가 불가능해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체제 밖에 있던 호텔롯데 산하로 옮긴 것이다. 셀트리온과 비슷한 경우다. 정부가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했지만,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당장 지주사 체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CVC는 일반 지주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완전 자회사여야 한다"는 규제 때문이다. 2019년 말 현재 롯데액셀러레이터는 호텔롯데(지분율 29.98%), 신동빈 롯데 회장(19.99%), KB증권·하나금융투자(각 19.98%) 등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롯데액셀러레이터를 롯데지주 밑으로 들이려면 KB증권·하나금융투자에 넘겼던 주식을 되사오고, 신동빈 회장 주식도 정리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롯데는 CVC 허용안의 세부 유인책이나 규제 수준이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바뀌나 지켜본 뒤 득실을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