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인종 정의' 앞장…의료보험·기업정책 오락가락 행보도
'중도 온건' 평가…최근엔 치안·사법정의 목소리 키워
그는 주요 정당의 첫 유색인종(흑인·아시아계) 여성 부통령 후보인 만큼 인종, 여성, 소수자를 위한 아이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과거 그의 행보를 보면 형사사법 정책이나 의료보험 이슈 등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도 보였다. 이 때문에 그가 중도와 진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호한 이념적 정체성을 가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반(反)인종차별 시위 국면에선 인종 정의와 불평등 해소, 경찰개혁 등에서 보다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종·치안 개혁 앞장…오락가락 행보 비판도 그는 흑인대학(HBCU) 중 가장 권위있는 워싱턴DC 하워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흑인대학의 하버드'로 불리는 곳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메이카 출신의 스탠퍼스대 경제학 교수인 아버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암 연구원으로 있었던 타말족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랐던 그에게 당연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제 유치원부터 대부분 백인 위주의 학교를 다녔지만 대학은 하워드대로 진학했다. 이후 헤이스팅스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를 받아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과거 캘리포니아 주(州)법무장관 시절 경찰의 민간인 총격 사건 처리에서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을 받았다. 진보적 비평가들은 그가 경찰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았으며 지나치게 경찰 노조 편을 들었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의원은 이에 대해 "시스템을 개혁하려고 할 때 외부에서 무릎을 꿇게 하거나 문을 부수는 방식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사형제와 관련해서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로 재직 중일 땐 사형제 폐지론자였지만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일 땐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에 항소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흑인들을 위한 형사·사법 개혁 비전을 제시했다. 집단 감금, 현금 보석석방, 사형제를 끝내고 경찰 시스템을 감독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흑인대학(HBCU) 교육비 면제 등의 내용도 담았다. 또한 경선 1차 TV토론 중 바이든 전 부통령이 1970년대 인종차별 완화 정책인 '버싱(busing·유색인종과 백인 학생이 섞이도록 학군 간 스쿨버스로 실어나르던 정책)'에 반대한 상원의원을 두둔했다고 예리하게 파고 들어 그를 곤혹스럽게 했다. 당시 "매일 버스로 등교하는 한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어린 소녀가 바로 나였다"고 해 흑인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설득력 있는 토론자로서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플로이드 사건 이후엔 미국 내 흑인의 제도적 차별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찰개혁법으로 알려진 경찰 책임·의무를 강화하는 민주당 법안에 깊이 관여했고 이에 반대하는 공화당 랜드 폴 의원과 논쟁하기도 했다. ◇'메디케이 포 올' 지지했다 철회…애매한 의료보험 정책 의료보험과 관련한 그의 태도는 불분명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7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진보적인 의료보험 정책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에 서명한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경선 초기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 시스템에 찬성하며 사보험을 없애자고 했던 기존 주장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그의 핵심 신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그의 지지율도 몇 주 사이 크게 하락했다. 이후 자신의 의료보험 관련 정책을 공개했는데 사람들이 개인의료보험과 공공의료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어서 결국 메디케어 포 올 정책을 지지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만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WP는 월가와 실리콘밸리와의 관계도 해리스의 중도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한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무장관 권한을 활용해 대형 은행을 압박해 캘리포니아 주택 소유자들에게 120억 달러의 주택담보 구제를 받게 한 것은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진보 비평가들은 그가 실리콘밸리와 긴밀한 관계를 이유로 기술 산업 규제나 부실 대출기관에 대한 단속에서 충분치 않았다고 비판한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소비자감시기구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그의 개입으로 몇 번이나 난관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낙태권리 옹호·총기 규제 찬성·이민제한 정책 반대 그는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연방정부가 낙태제한법을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상원의원으로 있으면서 '온라인 성매매 금지법(SESTA)'을 뒤늦게 지지한 것은 오점으로 남았다. 또한 총기 규제론자로,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민 문제와 관련해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를 지지한다. 임신한 이민자를 가족과 분리하고 억류한 것이 논란이 됐을 땐 의회에서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이던 키어스천 닐슨에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노동, 성소수자(LGBTQ) 권리 보호에 있어서도 대체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외에 그는 교사들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평균 1만3500달러를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법인세와 관련해선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