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軍 최초 '항공모함 도입' 선언…40년 만에 꿈 이루나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된 '대양해군' 꿈일본 독도 영유권 도발에 '경항모' 도입 제안항공모함 보유 여부가 미래 전투 역량 좌우군 "적 중심에 병력과 공중 강습 전력 투사"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군이 창설 후 처음으로 항공모함을 도입한다고 선언했다. 항공모함 실전 투입 시점은 2030년 초·중반이 될 전망이다.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된 대양 해군의 꿈이 40년 만에 실현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향후 5년의 군사력 건설과 전력운영 계획을 담은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며 "초국가·비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전방위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한반도 인근 해역과 원해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한 경(輕)항모 확보 사업을 2021년부터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항공모함이 실전에 투입되는 시점은 2033~2034년으로 예상된다. 항공모함이 실제로 투입되면 해군은 약 40년 만에 꿈을 이루게 된다. 1996년 안병태 당시 해군 참모총장은 한국군 역사상 최초로 경항공모함을 도입하자고 제안했고 김영삼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해군 지휘부가 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갈등이 있었다. 1996년 당시 일본 외무상이었던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가 기자회견을 통해 "독도는 국제법적 측면에서 일본 영토의 일부"라는 성명을 발표하자 국민의 반일 감정이 고조됐다. 이에 김 대통령은 일본 해상자위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물었고 안 총장은 한국형 항공모함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했다.
이후 40년 세월이 흘러 해군이 드디어 확보하게 될 항공모함은 바다 위에서 항공기를 전개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는 일종의 '해상 항공 기지'다. 항공모함을 보유한 군대는 육상 기지를 확보하지 못한 지역에서도 항공기를 배치할 수 있다. 항공모함은 먼 바다에서 적에게 접근해 항공기를 발진시켜 공격한다. 공격 후에는 항공기를 복귀시켜 위치를 노출하지 않고 퇴각한다. 항공모함을 보유할 경우 지구의 대다수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핵무기를 제외하면 항공모함만큼 원거리에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게다가 항공모함은 임무 수행 후 복귀한 전투기에 연료를 재공급할 수 있다. 반면 육지에서 이륙한 전투기는 처음 출동할 때 채운 연료만으로 이동하고 공격하고 복귀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띄우면 모기지 왕복 시간을 줄여 출격 횟수를 늘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항공모함 탑재기는 일반 전투기에 비해 더 빠르게, 더 자주, 더 멀리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항공모함은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 초계기 등으로 구성된 해상기동부대를 지휘 통제함으로써 해상에서 대잠·대공·대함 위협에 대응한다. 항공모함은 상륙군 병력과 장비, 물자를 수송할 수 있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군사력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투입할 수 있다. 10여년 뒤 모습을 드러낼 우리 군 첫 항공모함은 3만t급 규모로 병력·장비·물자 수송능력을 보유할 예정이다. 항공모함에는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비롯해 공격헬기, 기동헬기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항공모함은 해양 분쟁 발생 해역에 투입돼 해상기동부대 지휘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독도와 이어도는 물론 2028년 한일 공동개발 협정이 만료되는 제7광구 등 갈등이 예상되는 해역에서 항공모함이 주변국을 견제하게 된다. 항공모함은 해양 분쟁이 표면화됐을 때 전력을 과시함으로써 도발을 억제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또 해외에서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항공모함이 재외국민 보호와 해난사고 구조작전에 참여한다. 우리 상선의 주요 항로인 말라카 해협 등지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항공모함이 현지로 가 상선들을 호위할 수 있다.
항공모함 도입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연관이 있다. 전작권 전환 후 우리 항공모함이 미국 항공모함 등과 연합 작전을 펼 수 있다. 항공모함이 이처럼 위력적인 무기체계지만 충분한 전투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을 운용할 수 있는 국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이탈리아·인도·태국·브라질 등 9개국(23척)이다. 대형 항공모함은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니미츠급 항공모함 10척과 2017년 취역한 새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1척 등 11척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정규 항공모함 전단을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 하나다. 어떤 나라도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력을 따를 수 없는 실정이다. 중형 항공모함 보유국은 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인도, 경 항공모함 보유국은 브라질·이탈리아·태국이다.
우리나라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의 항공모함 전력 증강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미완성 항공모함을 구입해 2012년 랴오닝함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첫 국산 항공모함인 산둥함을 취역시켰다. 중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30년까지 항공모함 4척, 이지스급 함정 30여척, 핵추진 잠수함 22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일본은 2015년과 2017년 취역한 이즈모급 헬기 탑재 호위함 2척을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게 개조하고 있다. 개조 완료 시점은 2023년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일본은 2020년대 중반까지 이지스함 8척, 디젤잠수함 25척을 보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 해군력은 주변국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열세다. 함정톤수는 중국의 22% 일본의 42% 수준이다. 함정척수는 중국의 29% 일본의 79% 수준이다. 해군 보유 항공기 역시 중국은 450여대, 일본은 210여대인데 우리는 70여대만 보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경항모는 해상기동부대를 지휘하면서 복합전을 수행해 대북 해양 우세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며 "해상 작전 뿐만 아니라 적의 전략적 중심에 병력과 공중 강습 전력을 투사함으로써 지상과 공중에서의 합동 작전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점증하고 있는 초국가·비군사적 위협, 잠재적 위협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