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팬데믹 시대의 외교 풍경…'비대면 랜선' vs '그래도 현지로'
유엔 총회, 코로나19로 사상 첫 온라인 개최3월 후 국제회의 취소·연기, 화상회의로 대체우리도 재외공관장 186명 화상으로 한 자리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출장길에 나서기도통화·화상회의만으로 해결 어려운 중요 현안강경화, 독일서 'G7회의 韓참여 환영' 이끌어김건 차관보, UAE 출장 후 신속통로 제도화위험 감수한 만큼 양국 협력 공고화 장점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유엔 총회가 상징적이다. 유엔총회가 열리는 매년 9월이 되면 뉴욕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정상과 외교장관, 수행원들로 붐볐다. '외교 올림픽' '외교 슈퍼볼'로 불리는 유엔총회 기간 정상들은 수백 개의 부대 행사와 다양한 양자, 다자 회담을 진행하며 활발한 외교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오는 22일부터 8일간 열리는 제75회 유엔 총회는 각국 수장들의 사전 녹화 영상으로 진행된다. 회원국들은 총회가 열리기 5일 전까지 15분 길이의 영상을 유엔에 보내고, 영상은 공지된 순서에 따라 총회장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유엔 총회장도 문을 열지만 100여명으로 제한하고, 국가별로 1~2명의 대표자만 마스크를 쓰고 입장토록 했다. 대부분 정상들은 일찌감치 유엔총회 참석을 접었다. 주유엔 미국대표부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정 여행경보 2∼3단계 국가들의 모든 대표단에게 "의무적으로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한다"고 통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엔 대표부 대사들만 일부 참석해 총회를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회의가 될 전망이다. 올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을 선언한 후 대부분 국제회의가 취소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지난 주 열린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4개 회의도 모두 화상회의로 열렸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6월에서 9월로 미뤄졌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소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출장길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외교 현안이지만 통화와 화상회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 후 지난 8월 독일에 다녀왔다. 제2차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위한 방문이었지만 목적은 따로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확대정상회의에 한국 참여를 요청한 상황에서 독일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독일 방문에서 한국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코로나19 확산 후 첫 대면외교에 나섰던 김건 외교부 차관보의 UAE 출장도 주목할 만하다. UAE에는 한국 기업이 130여개가 진출해 있지만 코로나19로 필수 인력의 입국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물론 현장에서 공사 기한 문제 등 애로사항이 쏟아졌다. 김 차관보는 UAE로 넘어가 기업인 입국 허가 및 격리 면제를 부여하는 '신속입국제도' 합의를 이끌어냈다.
예컨대 압둘러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교장관의 한국 방문으로 이어지면서 한국과 UAE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는 상징적인 계기가 됐다. 압둘라 외교장관은 7월 초 270여명이 탈 수 있는 전용기에 13명을 태우고 한국을 찾아 서울 시내 호텔 2개층을 통채로 빌려 머물고, 식사도 룸서비스로 해결했다. 강 장관과 100분 가량의 회담을 마친 후에는 바로 돌아갔다. 한국 방문 전후 14일씩, 무려 한 달의 격리를 감수하면서 출장길을 감행했다는 후문이다. 다양한 국가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외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면 접촉을 통한 설득과 조율이 최고의 무기처럼 보인다. 국가 기밀을 다루거나 고도의 협상 전략이 필요한 현안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은 채 상대방의 전략과 전술을 탐색하고, 협상을 통해 국익을 최대화해야 하는 미션은 아날로그적인 접근만이 유효해 보인다.
특히 통상적인 현안을 놓고 각국의 입장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나 세미나라면 구태여 비행기를 탈 필요 없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 외교는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8일 루마니아 재외공관장 화상회의 특별세션에 참석해 코로나 이후 비대면외교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분간 비대면외교 및 전통적인 대면외교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혼재된 외교 방식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비대면외교가 대면외교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라도 국가 간 최소한의 필수적인 인적 교류가 지속돼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