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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韓서 3년만의 공연…'바흐 무반주 모음곡' 들고 왔어요"

등록 2021-03-15 15:25:09   최종수정 2021-03-22 10: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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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서 18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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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사진=티엘아이 아트센터, JINO PARK 제공)2021.03.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한국계 독일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33)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오르가니스트 독일인 아버지와 작곡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해 9세 때 처음 첼로를 접한 그는 12세에 프랑크푸르트 음악대학에서 미하엘 잔덜링을 사사했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10년간 빈자리였던 첼로 수석이 됐다. 이후 전 세계의 주목을 받던 그는 2012년 수석 자리를 내려놓고 솔로 연주자로서의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이상 엔더스가 이번 봄 3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뉴시스와 만난 그는 "한국에 오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 이 아름다운 나라, 이곳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정말 그리웠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올리는 콘서트"라며 기뻐했다.

엔더스는 경기도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18일 오후 8시에 공연을 연다.  2014년도 첫 전국 투어 독주회 '침묵, 그 너머의 바흐' 이후 7년 만에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2014년 독주회 이후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주기적으로 연주하고 지속적으로 이 곡에 대해 더 알아 왔어요. 여전히 다양한 스승님들, 조언자들과 함께 이 작품에 대해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연주하는 기회는 앞으로도 아마 끝이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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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사진=티엘아이 아트센터, JINO PARK 제공)2021.03.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곡은 1717년에서 1723년 사이에 작곡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첼로는 솔로 악기로는 빛을 보지 못하고 화음을 내는 보조적인 악기에 그 역할이 그쳤다.

그러던 와중에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이 곡의 필사본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긴 연구 끝에 처음으로 여섯 개의 곡을 전부 녹음했고, 이후 사람들의 관심과는 동떨어져 있던 이 곡은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첼리스트라면 꼭 넘어야 할 필수과제가 됐다.

엔더스는 "이 곡을 연주하려면 모든 첼리스트들이 어떠한 시점에든지 카잘스의 해석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오래 전에 이 곡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했다. 이는 그가 삶에서 겪은 가장 위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한 작품이 연주되기 전까지 누군가가 16년이라는 기간을 연습하면서 보냈다는 자체가 이후의 첼리스트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주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1, 3, 6번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6개의 첼로 모음곡 중 특히 이 세 곡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엔더스는 "연주할 때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곡들이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꽤 긴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상대적으로 낯선 곡을 연주해)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너무 주지 않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코로나19라는 위기 국면에서 가장 긍정적인 소리를 지닌 작품들을 연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주곡 1번은 전주 부분이 국내 여러 광고의 배경음으로 쓰여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곡이다. 6번은 앞선 곡들에 비해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엔더스는 "원래 5현 첼로를 위해 쓰여진 곡이기 때문에 4현으로 이루어진 일반 첼로로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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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사진=티엘아이 아트센터, JINO PARK 제공)2021.03.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한 인터뷰에서 독일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바흐의 곡을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독일어를 이해하기 때문에 곡의 일부분에 담긴, 독일어로부터 반영된 뉘앙스와 태도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독일인이나 한국인이라는 국적에 갇힌 정체성보다 자신을 "세계의 시민(global citizen)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세계 시민으로서 존재할 때 비로소 세계 속에서 저의 위치에 대해 더 제대로 볼 수 있고, 제가 더 나은 관점과 인내심을 얻을 수 있거든요."

엔더스는 앞서 바흐의 첼로 모음곡 전곡을 CD와 LP 음반으로 발매한 바 있다. 당시 "깊은 성찰력을 지니고 있는 대단히 지적인 청년", "탁월한 음악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독일 방송국 '라디오 브레멘'의 방송에서는 "바흐도 이상 엔더스의 연주를 들었다면 기뻐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현재 여러 거장 지휘자·연주자들과 협연하며 주요한 무대에 자주 오르고 있다. 주빈 메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정명훈, 엘리아후 인발 등의 지휘자와 협연한 바 있으며 빈 무직페어라인, 프라하 루돌피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등 큰 무대에서 솔리스트로 연주를 이어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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