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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도쿄 구상' 무산 위기…한반도 평화 구상 차질 우려

등록 2021-04-06 11: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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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체육성, 도쿄올림픽 불참 공식화…'코로나 우려 명분'

도쿄 구상, 평창 구상 시즌2…올림픽 계기 한반도 외교전

文대통령, 대북전략 수정 불가피…美대북정책 영향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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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의 '조선체육' 홈페이지는 5일 지난달 25일 열린 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코로나 19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해 도쿄 올림픽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공개했다. (2021.04.05) 출처=조선체육 홈페이지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도쿄올림픽을 한일 관계와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 비핵화 대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 무산됐다. 북한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하계올림픽에 불참을 공식 선언하면서 임기 말 대북 접근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체육성은 6일 공식 운영홈페이지 '조선체육'을 통해 지난달 25일 개최한 북한 올림픽위원회(NOC) 총회 결과와 관련해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체육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지위를 인정받는 북한의 공식 기구다. 우리의 대한체육회(KOC)와 같은 곳으로 올림픽 참여 여부 등 주요 사안을 총회를 통해 결정한다.

북한이 선수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명분으로 100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하면서 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도 줄어들게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최종 수립 시점을 전후로 본격 추진을 계획했던 이른바 '도쿄 구상'에 급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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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1.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토대로 도쿄·북경 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비핵화 대화 재개에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계기로 시작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 3년 전 평화 분위기를 재현하겠다는 기대가 담겨 있다.

2018년 1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육성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대표단 파견 의사를 시사한 이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문 대통령 예방과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전 세계가 주목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역할의 출발점도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평창 구상'을 토대로 4·27 판문점 1차 남북정상회담, 5·26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12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19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이끄는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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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뉴시스】추상철 기자 =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 내외 옆으로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보자관, 중국 여성 정치인 류옌둥 국무원 부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윗줄 오른쪽부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2018.02.25. [email protected]
2·28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힘을 잃었던 평창 구상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되살리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며 "한반도를 위한 평화를 촉진하는 장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빗장을 걸어 잠근 상황에서 스포츠 교류를 지렛대로 남북 간 접촉면을 만들다 보면 관계 복원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이 도쿄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경기에 공동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나아가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유치에 협력한다는 내용은 9·19 평양공동선언에도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1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북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 기회를 역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담론으로 확장됐다. 정치·군사 영역이 아닌 스포츠·문화 부문 등 비정치적 교류협력에서 출발해 북한과의 접점을 점점 넓힌다는 '신 기능주의 통합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처음 천명한 '쾨르버 연설'과 맥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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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뉴시스】추상철 기자 =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우리나라 선수들과 북한 선수들이 태극기와 인공기, 그리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다. 2018.02.25. [email protected]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과정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의 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종선전언과 함께 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의 추진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과의 한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도쿄올림픽의 외교적 활용 방안을 논의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협력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로버트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은 도쿄올림픽 개최 시기인 7월 전후를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 시점으로 꼽은 바 있다. 한미 NSC 간 공감대를 이뤘던 내용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떻게 담기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 실장은 전날 인천국제공항 귀국 자리에서 "(미국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외교적 관여를 조기에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서 실장은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완료 후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방향을 정리한 보고서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면서 "도쿄올림픽 활용 구상안이 담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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