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치일반

[文 취임 4년]②남북미 대화 복원 발판 마련하나…비핵화 반전 모색

등록 2021-05-08 06:00:00   최종수정 2021-05-17 09:18:0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2주 뒤 한미 정상회담 분수령…文, 북미대화 재개 설득 전망

美 대북정책 완성 계기 탐색전…靑, 싱가포르 선언 계승 기대감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04.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퇴임까지 1년을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기간 남북미 대화 복원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4년간 공들여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완성과 함께 맞이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기대감을 낳고 있다. 2년 전 '하노이 노딜' 이후로 멈춰선 북미 비핵화 협상을 되살릴 계기로 평가된다.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북미 간 탐색전이 벌어지면서 문 대통령이 움직일 외교적 공간도 함께 열리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3주년 계기 메시지로 "한미 정상회담이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바이든 정부와 견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길을 찾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식 발표만을 앞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은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를 통한 단계적 접근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식 접근과 '전략적 인내'로 대표되는 2기 오바마 정부가 취했던 북핵 위협 방치 수준의 중간 지점에 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아래 실용적이면서 단계적 접근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하노이 노딜' 직후 추진했던 청와대의 북미 대화 중재 구상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비핵화 최종 시점을 명시한 포괄적 로드맵에 우선 합의하고, 북미 간에 단계별로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이른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싱가포르 선언 토대 위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부분 비핵화와 부분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형태의 성과를 쌓아가자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택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결렬됐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4.21. [email protected]
이후 북한은 비핵화 상응조치로 기존의 경제제재 완화 요구가 아닌 체제보장 쪽으로 선회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압박 강경 기조로 맞서면서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까지 속절없이 멈춰설 수밖에 없던 수순을 맞았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최근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 지점으로 싱가포르 선언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속도감 있는 비핵화 협상 재개를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던진 이른바 '시선 붙잡기용' 메시지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방미 사전 인터뷰 성격으로 진행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정해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우리의 접근법은 싱가포르 및 그 이전의 합의들에 기초할 것"이라며 단계적 비핵화 해법의 수용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는 이러한 미국 측의 반응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문 대통령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 단위별로 진행된 한미 간 소통의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모습. (그래픽=뉴시스DB). 2021.03.24.
다만 관건은 북한의 반응이다. 미국의 완성된 대북정책을 기다리며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북한이 쉽게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2일 외교와 억지를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과 북한 내 인권 상황을 비판한 국무부 대변인 성명과 관련해 외무성 대변인, 미국담당 국장,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연쇄 담화를 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북미 관계의) 오래된 답보 상태를 깨고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라며 "(북한이) 나름대로 대화 여지를 남기는 그런 절제된 메시지들이 나오는 걸 보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미국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는 것들을 보면서 대응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