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인터뷰]소설가 구효서 "제목이 '요'로 끝나는 소설 쓰고 싶었다"

등록 2021-06-12 06:00:00   최종수정 2021-06-21 10:02:32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4년만의 신작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출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구효서 작가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6.12. [email protected]
"제목이 '요'로 끝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하여튼 순해 보일 것 같아서. 계속 이어 쓸 수 있다면 요요소설이라고 해야겠다. 모쪼록 요요하시길."

다양한 스펙트럼과 선 굵은 필체를 통해 평단, 독자의 호평을 동시에 잡은 구효서 작가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중구 뉴시스 사옥에서 만난 구 작가는 "내 책 같지 않다"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쓸 때 내 소설 같지 않게 쓰자고 생각하면서 썼어요. 의도대로 됐고. 그간 '구효서' 하면 변덕스러운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선은 있었어요. 이번엔 그 선도 뛰어넘었죠. 내가 기존에 써온 소설과 매우 다른 소설이 나왔네요."

도라지꽃 피는 계절, 강원도 평창의 한 펜션에서 생의 기운이 가득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가슴 먹먹한 여정을 담았다.

보라색 도라지밭이 드넓게 펼쳐지고 비틀스의 음악과 파두가 흐르는 애비로드에서 주인인 '난주'가 '돼지고기활활두루치기', '곰취막뜯어먹은닭찜' 같은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음식들을 뚝딱 차려낸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구효서 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사진 = 해냄) 2021.6.10. [email protected]
실제 자신의 경험담이 많이 녹았다. 그는 "내 누님 이름이 난주고 실제 누님을 떠올리며 소설을 썼다"며 "책 속 서령이처럼 시골에서 살기 위해 실제 땅도 샀었고, 그 땅에 무덤이 포함됐던 것도 내 이야기"라고 말했다.

"어릴 땐 전기, 라디오도 없는 시골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15살에 서울에 올라왔고, 서울에서 계속 살았지만 항상 마음 한 쪽엔 시골에 대한 동경이 있었죠."

하지만 막상 시골에 내려가 살자니 자신의 마음은 '도시인'이었다.

"장소를 이동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마음은 도시인인데 몸만 시골에 가면 뭐하나요. 결국 사람이 달라져야 하는 것 같아요. 많은 50~60대가 은퇴하고 전원 생활을 꿈꾸지만 사실 그 꿈은 도시인으로서의 꿈이죠. 도시인이 꿈꾸는 전원은 없어요."

그래서 일단 소설을 통해 시골로 떠났다. 그는 "전원과 도시, 이분법으로 나눌 순 없지만 시골을 가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도시인으로서의 정체성, 자기 성찰을 확실히 하고 가야 한다"며 "일단 글을 통해 먼저 가보았다"고 웃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구효서 작가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12. [email protected]
한동안 이같은 느낌의 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는 그 시작이다.

"명사로 끝나는 제목보다는 '요'로 끝나는 제목으로 쓰고 싶었어요. 부드럽고, 물음표도 귀엽고. 딱 떨어지는 제목이 아닌 풀어진, 편한 제목인거죠. 옆에 앉는다는 건 최소한 두 사람이라는 얘기잖아요. 상대를 믿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느낌을 제목만 봐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부제 '파드득나물밥'과 '도라지꽃'은 도시적 획일화된 욕망과 무관한 곳에서 이뤄지는 삶을 상징한다. 그는 "전원에 식물이 많으니까 꽃을 넣었고, 음식도 주변 텃밭에서 구할 수 있는 채소를 이용한 음식을 넣었다"며 "특히 이 소설에서 '파드득'이라는 발음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애비로드 주인인 난주와 곧 여섯살을 앞두고 있는 딸 유리. 그리고 손님으로 이륙-서령 부부, 브루스 로우-박정자 부부가 등장한다. 저마다 깊은 사연을 가진 이들은 난주의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고 상처를 꺼내 보이고 서로를 조심스럽게 채워주며 새로운 가족이 되어간다. 

구 작가는 "대부분 인물들이 개성이 있고, 또 개성이 있다는 걸 드러내는데 정작 난주는 드러내는 타입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애비로드에 찾아오면 마음껏 먹고 자고 떠들고 놀 수 있도록 판을 내주는,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슬픔을 혼자 삭이는 그런 존재"라고 전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구효서 작가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6.12. [email protected]
한국전 참전 군인인 브루스 로우는 과거 본의 아니게 자신을 도와줬던 마을 사람들을 오인해 사살하고 평생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간다.

그는 "자신에게 밥, 막걸리 등을 주며 보호해준 마을 사람들을 오인해서 사살했다. 20대 초반 청년에겐 큰 트라우마"라며 "그렇게 파행적 삶을 살다가 한국인 정자를 만나 한국에 오게 됐고 강원도에서 치유되고 위로 받는다"고 했다.

"작품 속에는 만남, 헤어짐, 슬픔, 기쁨, 격려, 사랑, 후회, 화해, 용서 모든 것이 담겨있죠. 전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위로 받아요. 도시에서는 다들 경쟁 관계고 상대방을 의심하는데 전원은 돌아가는 욕망 자체가 좀 다른 시스템인거 같아요. 결국 사람, 인간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87년 등단해 35년째 전업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장편소설 '타락', '동주', '랩소디 인 베를린', '나가사키 파파', '비밀의 문', '라디오 라디오', 소설집 아닌 계절', '별명의 달인', 산문집 '인생은 깊어간다' 등을 출간했다.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올해 나이가 65세인데, 지금까지 작가로 살아온 일생을 돌아보면 아찔하다"며 "꾀 부리지 않고 한시도 쉬지 않고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구효서 작가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12. [email protected]
가장 애착가는 작품을 묻자 "내게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준 작품은 '비밀의 문'이다. 최근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도 받았다"며 "'랩소디 인 베를린'은 나는 좋아하는데 독자들이 많이 안 읽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넷플릭스 가입자수가 그렇게 늘었다는데 다행히 책 읽는 사람의 수는 변함이 없어 다행"이라며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데 사실 매년 신춘문예 응모작이나 출판사 종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읽는 사람이 있으니까 늘어가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문학 중에서 순수문학은 계속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대가 변하면 독자도 변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지금 '요요소설' 시리즈를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 통영, 목포, 영주 이쪽을 배경으로 준비 중인데 취재를 갈 수가 없어 답답하네요. 얼른 코로나가 끝나고 마음 편하게 취재를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또 찾아뵐게요."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