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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덩어리 전투가 드러낸 추상적 풍경…도윤희 '베를린'

등록 2022-02-08 15:04:53   최종수정 2022-02-21 09: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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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도윤희 Untitled 무제, 2017-2019,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200 x 150 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의 작업은 현상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이다.”

화가 도윤희의 개인전 'BERLIN(베를린)'은 치열하다. 색 덩어리를 선으로 빛으로 풀어내기까지 화가의 질기고 성긴, 육감적인 체험이 녹아있다.

'라일락 꽃 그림'으로 유명한 도상봉(1902~1977)의 손녀로 먼저 알려졌다. '도상봉'의 무게를 벗은 건 2011년이다. 갤러리현대에서 연 첫 개인전  'Unknown Signal' 전은 '도윤희'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정물화 대가' 할아버지와 달리, 추상의 세계로 나아간 그림은 세포나 화석의 단면, 뿌리를 연상시키며 황홀함을 선사했다.

이번에 갤러리현대에서 펼친 '베를린' 전시는 7년만이다. 지난 2015년 선보인 작품과 다른 파격미가 압권이다. 2012년 "회화의 특정 방법론에 고착되길 거부하고 새로움을 갈구하며 찾아간" 베를린에서의 작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1층 전시장은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 7점이 걸렸다. 2015년 'Night Blossom' 전시로 변신을 꾀한 작가가 한 단계 전진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서정성을 간직한 초기 모델들이다.

지하 전시장에는 화면의 촉각적 질감과 색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들이, 2층 전시장에는 팬데믹 이후 대다수 서울에서 작업한, 높이 3m 이상의 대형 작품과 최근작으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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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도윤희, Untitled 무제, 2021,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145 x 110.5 cm



이미지들은 다른 세계로 통하는 커다란 입구처럼 보이며, 형형색색의 꽃다발이나, 해 질 녘 강변의 쓸쓸한 잔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은 화면을 장악한 색의 파노라마와 물결 같은 터치는 인상주의 그림의 세부 장면을, 물감을 움켜 줬다 빠르게 펼친 손의 흔적은 고대 동굴 벽화를 떠올린다.

작가에 따르면, 이 화면들은 그가 평생 경험한 다양한 시공간이 내면에 쌓였다가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추상적 풍경이다.

화가 도윤희는 40여 년 동안 시적인 시각 언어를 캔버스에 구축했다.  ‘읽을 수 없는 문장’, ‘눈을 감으니 눈꺼풀 안으로 연두색 모래알들이 반짝인다’, ‘살아있는 얼음’ 등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떤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섬세한 회화 언어로 포착해왔다.

지난 2007년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Galerie Beyeler: 20세기 최고 화상/아트 바젤 설립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갤러리)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아트선재센터(서울), 세계은행(워싱턴 D.C.미국), 필립 모리스(뉴욕, 미국)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은 27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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