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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알못]비급여가 뭐길래…아파서 도수치료 받은 게 잘못인가요?

등록 2022-02-10 17:40:48   최종수정 2022-02-14 09: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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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부를 부담해주는 '급여'와 개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로 나뉜다. 전액본인부담금은 보통의 경우 0원이다. 보험료 체납, 요양급여 절차에 따르지 않고 진료를 받는 경우,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인 경우, 보험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 등 개인이 '급여' 항목임에도 전액을 부담해야 할 경우에만 부담금이 책정된다.(사진=진료비내역서 캡처)2021.02.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최근 금융당국이 비급여 과잉진료에 따른 실손보험금 수령을 어렵게 하기 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는 기사들을 보셨을 겁니다. 보험이나 의료체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비급여 진료(치료)를 받는 것은 비도덕적인 일인 줄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라에서 돈을 일부분 내주는 '급여'든 나라에서 돈을 내주지 않는 '비급여'든,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하면 당연히 받아야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아파서 비급여 진료를 받았다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마땅히 보험금을 청구해서 받아야합니다.

애초에 국민들이 '실손(의료)보험'이라 불리는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이유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크게 ▲나라에서 치료의 필수성을 아직 인정받지 못해 값비싼 '비급여 치료·약제' ▲흔히 '중병'이라 부르는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4대 중증질환) 등이 있습니다.

항상 기사에서 언급하는 급여와 비급여의 개념도 헷갈릴 수 있을 텐데요.

병원 치료 후 진료비내역서를 떼어 보면 건강보험, 쉽게 말해 나라에서 일부를 부담해 주는 '급여'와 나라에서 한푼도 주지 않는 '비급여'로 나눠져 있습니다. 급여는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으로 이뤄져 있어,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금액만 진료 후 지불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로는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도수치료와 다초점렌즈 백내장 수술 등을 포함해 체외충격파치료, 근골격계·척추 MRI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피곤할 때 맞는 비타민·영양 주사나 라식·라섹 등의 시력교정술도 이에 속합니다.

다만 보험사들은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비급여 진료비용 과잉청구가 수년간 지속돼 온 실손보험 누적 적자의 주범이라며 금융당국에 이를 손봐줄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비급여 과잉진료가 실손보험료의 지속적이고 급격한 인상을 유발하고, 실손보험 보장서비스 축소 등 보험상품 품질악화를 야기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보험연구원·보험개발원 등 연구기관들도 이 문제가 더 지속될 경우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의 위험보장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병원들의 과잉진료와 일부 환자들의 의료 쇼핑이 심각한 수준인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을 위한 동네병원(의원)의 비급여 검사비 1회 평균 가격은 26만원에 달했습니다. 일부 가입자는 백내장수술로 많게는 2000만원이 넘는 실손보험금을 타가기도 합니다.

2020년 기준 주요 5개사 손해보험사 보험금 수령액 상위 5명은 평균약 7000만원의 보험금을 탔고, 병원에 285회 방문했습니다. 영업일 기준인 299일 동안 거의 매일 병원에 방문한 꼴입니다.

일부 가입자들은 보험회사들이 애초 상품을 잘못 설계해서 팔아 놓고 적자가 누적되니 가입자 탓을 한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1999년에 처음 출시됐는데, 당시에는 보험사들도 현재의 도덕적 해이 상황까진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한국의 보험사들은 외국에 비해 훨씬 저렴한 의료보험으로 가입자에게 큰 부담 없는 보험료로 국민들의 의료 이용이 가능하도록 가격 장벽을 낮춰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고가의 비급여 진료가 필요한 경우 당연히 환자의 치료를 보장해 왔습니다.

실제로 의료보험이 민영화돼 있는 미국에선 매달 최소 수십 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지불하지 못해 많은 경우 직장을 통해 민영보험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아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국민도 전체의 10%에 달합니다. 오바마케어 덕분에 그나마 줄어든 수치인데 많을 때는 30%를 넘어간 적도 있습니다.

이번 작업이 완료되고 정책이 시행되면 인구의 약 4분의 3이 영향을 받습니다. 금융당국이 비급여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데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 수는 약 5100만명인데,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3900만명 수준입니다.

궁극적으론 진료량 등 비급여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합리적 비급여 가격 결정체계가 정착돼야 보험사-가입자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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