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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위기' 외교적 해법 5가지 시나리오 어떻게 되나

등록 2022-02-15 15:55:02   최종수정 2022-02-21 09: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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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전쟁 막을 5가지 외교 해법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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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할 경우 유럽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02.08.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우크라이나 긴장 사태, 외교로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피해는 헤아리기 어렵다. 수천,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 전쟁에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일 것이고 경제 여파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혹자는 제3차 세계대전까지 입에 올린다.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국은 각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며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서방국은 러시아가 우크라 국경을 한 발짝이라도 넘으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동시에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해결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그렇다 할 만한 실질적인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타협엔 어떤 식으로든 대가가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각 측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렇다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있을까. 영국 BBC가 제안한 5가지 시나리오를 옮겨 본다.

◆서방국, 푸틴 설득

서방 강대국들이 끔찍한 대가를 경고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하는 시나리오다.

인명 피해와 경제 제재, 외교적으로 치러야 하는 대가가 침공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클 것이란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값비싼 대가로 인해 자국에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고 믿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서방은 푸틴 대통령을 '나토 도발에도 군사적 대응을 꺼린 평화의 주인공'으로 묘사하고 '외교적 승리'를 주장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마침내 서방의 관심을 끌었고 자신이 '합법적인 안보 우려'라고 부른 것도 해결할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가 강대국임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고 벨라루스에서의 존재감도 각인한다.

이 시나리오는 푸틴 대통령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 만큼이나 쉽다. 그의 행동은 서방을 단합시켰고 나토의 군사력을 러시아 국경에 가깝게 이끌었으며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목적이 우크라를 통제하고 나토 기반을 약화하려 하는 것이라면 여전히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 시나리오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나토·러시아, 새 안보협정 체결

서방 강대국들은 우크라 주권과 영토 보전과 같은 핵심 원칙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나토 가입은 희망 국가가 결정할 문제란 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 나토 가입 금지 요구도 묵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는 더 넓은 측면에서 러시아의 안보 보장 요구를 실현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 놨다. 여기에는 양측의 군비통제 협정 부활, 나토 연합군과 러시아의 신뢰 강화, 군사 훈련 및 미사일 위치에 대한 투명성 제고, 위성요격무기 협력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의 나토 가입을 허용하는 것은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해왔다. 나토가 러시아 국경과 접한 우크라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나토의 미사일 배치가 대폭 줄어들면 러시아의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

◆민스크 협정 부활

이 협정은 우크라 정부군과 동부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 간 전쟁(돈바스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2014년과 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체결한 종전 협정이다.

이 협정은 명백히 실패했다. 협정 체결 후에도 분쟁은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최소한 연방 헌법에 기초한 휴전과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방 정치인들은 민스크 협정 부활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협정이 "우리가 평화를 건설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것이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강력한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조항이 난해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동부 친러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우크라가 지방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외교 정책에서도 발언권을 갖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우크라 정부는 부정적이다.

우크라는 민스크 협정 부활이 나토 회원국의 명백한 거부 의사 표시 없이도 우크라의 나토 가입에 발목을 잡는 수단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우크라 내에서 합의와 대중적인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 같은 중립국化

지난 7일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서 우크라를 핀란드와 같은 중립국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핀란드는 냉전 기간 동안 공식적으로 중립을 채택했다. 독립적이고 주권적이며 민주적인 국가였다. 또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우크라에게 매력적일 수 있을까. 군사적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일 것이다. 또 이론적으론 우크라의 나토 가입을 원하지 않는 푸틴 대통령의 요구도 충족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서방으로서도 '나토의 개방 정책'에서 물러나는 '타협'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크라가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중립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의 친유럽 열망도 버려야 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되는 것에서도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교착상태로 남겨두기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의 대립 강도가 줄어들 수도 있다.

러시아는 서서히 병력을 철수하고 훈련 중단을 선언할 수 있다. 동시에 만일에 대비해 많은 병력을 남겨 놓을 수도 있다. 우크라 동부 친러 세력에 대한 지원은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시나리오대로 라면 최소한 서방국과 러시아 간의 전면전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긴장 사태는 점차 헤드라인과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긴 분쟁 목록에 다시 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우크라 정치·경제는 끊임 없는 위협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 자명하다.
                                    
BBC는 "이 모든 옵션들 중 어느 것도 쉽거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없다. 모든 것이 타협을 수반한다"며 "지금 남은 희망은 비록 성과가 없었더라도 여전히 모두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오래 대화할수록, 그것이 미미할 지라도 해결을 위한 외교의 문은 더 오래 열려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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