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산업/기업

[일회용 금지 강행①]"싼 맛에 쓰는 플라스틱 포장"…고민 많은 식품업계

등록 2022-03-30 08:00:00   최종수정 2022-04-11 09:38:3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친환경 포장재 적용시 원재료비 상승 불가피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해결 방안 모색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식품업계는 친환경 포장재 사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친환경 포장재 적용에 따른 원재료비 상승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한다.

기존 포장재를 대체할 소재를 친환경 포장재로 개발하려면 제품 내구성을 고려한 포장 설계와 기존 설비 교체 같은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 경우 생산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친환경 제품 출시가 더 힘들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의 '2020년 전국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서 2020년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254만t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포장과 배달음식 이용자수 증가로 1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생활폐기물 발생량도 큰 폭 늘린 주범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식품업계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많이 사용한다. 라면을 비롯해 과자, 음료수, 주류 등에서 플라스틱 주원료로 하는 비닐 포장재와 페트병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만큼 식품업계가 생활폐기물 발생량 증가에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친환경 포장재로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 플라스틱 비닐 포장재를 종이 포장재로 교체하고, 플라스틱 트레이를 종이 트레이로 변경하려면 개발에 드는 시간이나 투자비, 원재료비 상승에 따른 가격 조정이 필수다.

제품 포장을 친환경 포장재로 변경할 경우 먼저 기존 설비에 대한 재투자를 해야 한다. 저렴한 비용의 플라스틱 비닐 포장재가 친환경 종이 포장재로 교체될 경우 생산 비용은 더 늘어난다. 

제품을 판매처로 운반할 때 친환경 포장재 사용에 따른 내용물 훼손 등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운반비 상승도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런 과정을 모두 수용한다고 해도 마지막 제품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포장재를 친환경으로 변경했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 반발이 클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식품업계는 이 때문에 친환경 정책이 소비자와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향으로 추진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에 대한 고민을 담은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방안 모색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라면 업계가 대표적이다. 간판 제품에 쓰던 플라스틱 비닐을 친환경 포장재로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로 라면업체들은 '제품 판매 가격 상승', '소비자 인식'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6월 생생우동 묶음 포장을 밴드로 감싸는 방식으로 바꿨고 올해 1월 무파마탕면 묶음 포장을 기존 빨간색 비닐에서 투명한 비닐로 교체했다. 포장 방식을 바꾸거나 포장재를 투명하게 만들어 잉크 사용량 절감에도 나섰다.

반면 신라면을 비롯해 안성탕면, 너구리 등 주요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비닐 교체 또는 잉크 사용량 절감은 추진하지 않았다. 친환경 포장을 적용할 경우 자칫 판매 가격 인상 압박이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갑자기 포장재를 바꿀 경우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빨간색이 강조된 패키지를 적용하는 신라면에 투명 패키지를 적용한다면 제품 품질을 의심하는 소비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음료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음료수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무라벨 제품을 선보였지만 편의점에 들어가는 제품은 라벨지를 붙여 판매한다.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필수 정보 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페트병 사용은 음료수 업계의 또 다른 고민이다. 투명 페트병과 라벨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에코 절취선을 적용할 수 있지만 페트병 자체를 친환경 재질로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많아 당장은 페트병 교체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음료 업계는 당분간 친환경 포장재 적용에 있어 절충안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제품 판매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재생페트 시제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반면 제과업계는 플라스틱 감축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4월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재와 트레이를 다른 소재로 대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플라스틱 제거 및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마가렛트, 카스타드 등 플라스틱 트레이가 사용되는 제품은 대체제를 적용하고 찰떡아이스와 팥빙수 등 빙과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도 중량을 줄이기로 했다. 칸쵸와 씨리얼 컵 제품도 플라스틱 컵을 종이로 바꾸기로 했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제품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친환경으로 바꿀 계획이다. 현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경영이 화두지만 포장재를 친환경 재질로 바꾸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며 "원재료비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은 물론 현재 거래 중인 포장재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