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기로에 선 1기 신도시
새 정부,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 제정 추진용적률 최대 500% 상향…10만 가구 추가 공급정비사업 정책 윤곽 드러날 때까지 혼란 계속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사업성과 직결되는 용적률을 얼마나 올려주냐에 따라 조합원들의 선택이 달라질 것 같아요." 지난 10일 경기 안양시 평촌동의 한 아파트 정비사업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용적률 완화와 특별법 제정 얘기가 나오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모델링 추진하고 있는 일부 단지에서는 조합 설립을 앞두고 지금이라도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언제 될지도 모르는 재건축을 기약 없이 기다리기보다는 리모델링을 서두르자는 조합원들의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방식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30만 가구의 평촌과 일산, 분당,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에서 정비사업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장 리모델링을 추진할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기다릴지를 두고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10대 국정과제로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으로 1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인수위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특별법 추진과 관련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중장기 과제'로 바꾸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검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기 신도시는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5곳으로, 29만2000가구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일부는 재건축 연한이 지났고, 오는 2026년까지 대부분 단지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다. 1기 신도시에서는 안전진단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현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들이 늘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평촌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는 모두 54개로 이중 절반인 27개 단지에서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성만 놓고 보면 재건축 사업이 수익성이 더 좋지만, 리모델링은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 대상이 아니고, 사업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무엇보다 안전진단과 관련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1기 신도시 용적률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다. 분당과 일산을 제외하면 일반 재건축 단지보다 용적률은 높은 상황이다. 또 지구단위 계획으로 묶여 있어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용적률 상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적률이 늘어나 가구수가 기존보다 늘어나면 주거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일반주거지역에서 용적률 500%를 적용할 경우 동간 거리가 짧아져 일조권 침해와 조망권 확보가 어렵고, 사생활 침해도 우려된다. 이와 함께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단기적으로 집값 급등이 불가피하고, 주택임대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또 용적률 상향분 가운데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을 두고 조합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에 40~50년이 지난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1기 신도시만 특별법을 제정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정비사업 방식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기 신도시는 용적률이 높기 때문에 리모델링 방식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됐다"며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으로 기대감이 커지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1기 신도시에 대한 규제를 한 번에 풀 경우 집값 상승과 주택 임대시장 불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도시 전체의 용적률을 상향하면 교통 문제나 상·하수도 문제 등 주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