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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모론에 가짜뉴스…"단순화 오류"

등록 2022-11-09 06:01:00   최종수정 2022-11-14 09: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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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토끼 머리띠', '각시탈' 등 음모론 무성

토끼 머리띠 남성, 혐의점 없어 사건 종결

일각 '시위하던 민노총이 원인' 음모론 제기

전문가들 "단순화 오류…정치적 의도 깔려"

"수사 결과와 전문가 평가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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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시민들이 추모의 글을 적어서 붙인 쪽지들이 가득하다. 2022.11.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하은 한은진 기자 =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과 책임을 수사 중인 가운데, 온라인상에는 참사 원인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괴담과 가짜뉴스들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참사의 원인을 한 가지 요인으로 이해하려는 인지적 오류와 확증편향에서 가짜뉴스가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사람들을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토끼 머리띠' 남성 A씨에 대해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A씨는 참사 후 온라인상에서 "밀어" 등을 외치며 고의로 인파를 밀었다는 남성으로 지목됐다. 이후 A씨의 사진이 유포됐고 그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수사 결과 휴대전화의 위치와 폐쇄회로(CC)TV상 A씨는 참사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참사 발생 전 아보카도 오일을 뿌렸다'는 온라인상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다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폐쇄회로(CC)TV 상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Jim Beam·미국 위스키 브랜드의 한 종류)으로 확인했고, 사진 촬영 위치로 보아 일단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라면서 "소환조사를 통해 최종 혐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찰의 수사 상황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원본 사진에는 아보카도 오일 맞다', '발뺌을 위해 사진이 조작됐다'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는 정치적 선동과 맞물려 재생산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하던 민주노총 세력이 이태원 참사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참사 직후에는 사상자 중 일부가 마약을 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대형참사 발생 후 사고의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기 전 온라인상에서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확산하는 양상은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승객 3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누군가 고의로 세월호 앵커를 내려 침몰시켰다'는 고의 침몰설과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잠수함 충돌설' 등이 각종 온라인상에 퍼졌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 9월 활동을 종료하며 "증거 불충분과 여러 한계로 명확한 침몰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면서도 "잠수함 등 외부 충돌이 원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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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31.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대형사고 전후로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현상은 복잡한 참사의 원인을 단순화시키려는 인지적 오류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난은 복잡한 연관관계 속에서 일어나는데, 음모론은 단 하나의 요인만 찾으려 한다"며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참사를 간단하게 토끼 머리띠 혹은 각시탈, 민주노총 등 하나의 요인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사람들에게 먹힌다. 음모론을 영어로 비하인드올로지, 조종학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배경에는 일부 정치적 의도가 개입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책임 전가의 정치'도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을 때,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음모론이 퍼진다. 세월호도, 황우석 때도, 9·11 테러도 음모론이 퍼졌다"며 "책임 전가의 정치, 인식론적 오류, 정치적 공격 등에서 음모론이 난무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는 사실과 해석, 가설을 구분하지 않는다. 명백한 가짜뉴스인데도 확산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실이자 진실인 것처럼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특정 진영 사람들의 확증 편향을 더 강화하는 형태로 가짜뉴스들이 이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경찰 조사의 결과를 기다리고, 전문가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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