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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토종 백신 이렇게 만든다"…對감염병 최전선 '백신개발센터'

등록 2022-11-12 00:00:00   최종수정 2022-11-14 08: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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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외부에 최초 공개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 개발·항원 R&D·동물 실험 등 이뤄져

고위험 병원체 다루는 '생물안전 3등급' 시설까지 구비

의료 R&D 위한 자원도 보관…41만명 인체자원 저장된 '바이오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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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의 한 연구원이 실험용 플레이트에 병원체를 배양하고 있다. (사진=국립보건연구원 제공)
[청주=뉴시스]윤현성 기자 = "아마 이 지역을 통틀어서 한, 두 손가락에 꼽히는 위험한 곳일 겁니다. 바로 옆에서 생물안전 3등급(BL3) 바이러스와 세균들이 배양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의 지리한 전쟁의 최전선에 서있는 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센터)에 대한 다소 섬뜩한 소개다. 

지난 9일 찾아간 센터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후보물질 개발은 물론, 다양한 바이러스 항원에 대한 R&A(연구개발) 및 임상시험, 동물 실험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국산 1호 백신 상용화 성공도 센터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과의 협업을 토대로 이뤄진 산실이다.

◆고위험 병원체 반출 막는 'BL3' 시설 구축…'바이오해저드' 마크까지

센터는 지난 2020년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지하1층~지상4층 규모로 2개동이 완공됐다. 건물 내에는 동물실험시설, 3등급 효능평가시설, 임상검체분석시설, 백신후보물질 대량 배양 장비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용 장비들이 마련돼있다.

연구시설들은 모두 BL3, BL2, ABL3, ABL2 등 다소 생소한 등급분류체계로 구분된다. BL은 '생물안전 등급(Biosafty Level)', ABL은 '동물이용 생물안전 등급(Animal Biosafety Level)'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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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국가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내에 있는 BL2(생물안전 2등급) 연구시설 안내문. (사진=윤현성 기자)

센터 내 시설은 최고 3등급까지인데, BL3 시설은 코로나19 같은 고위험 병원체의 외부유출을 막고 시험인원을 보호하는 장비(음압 유지 위한 공조장치 등)가 구축된 연구시설이다. 통상적으로 병원체 사용 연구를 수행하는 시설 가운데 공기전염 가능성이 있고 치명성이 높은 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사용되는 실험실에 적합한 수준이라고 여겨진다.

BL2 시설까지는 간단한 실험실 가운 정도만 입으면 출입이 가능하지만, BL3부터는 그 수준이 달라진다. 코로나19 격리시설 등에서 볼 수 있는 우주복 같은 완전 격리 장구에 산소통까지 별도로 갖춰야만 출입할 수 있으며, BL3 시설 안에서 사용된 모든 종이·시약·주사기 등은 반출이 금지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반드시 소독을 한 뒤 가지고 나와야한다. 센터에서 주로 다루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BL3에 해당한다.

◆국산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지속…"2~3년 분량 시험 총력 대응해 반년만에 마쳐"

BL3부터는 그 위험성이 상당한 만큼 직접 들어가보진 못했고, 가운과 보호신발을 신은 채 보다 안전한 하위 등급의 실험실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BL3 시설에서는 실제 살아있는 바이러스들로 실험을 하게 된다면, 하위 등급 시설에서는 이 바이러스들을 완전히 죽인 뒤 백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 등을 수행하게 된다.

대(對) 코로나19 방역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센터인 만큼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효능평가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결합항체 분석법(ELISA), 중화항체 시험법(PRNT·FRNT), T세포 면역반응 시험법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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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에 있는 한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실제 중화항체 시험법에 사용돼 항체세포가 배양돼있는 키트를 들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이번 방문에서는 중화항체 시험법에 사용된 키트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중화항체 시험법은 바이러스를 무력화 할수 있는 항체를 정량적으로, 즉 사람이 육안으로 일일이 검출해내는 방법이다.

BL3 시설 내에서 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숨쉬기도 힘든 보호 장구를 입고 하루에 수시간씩 분석 작업을 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보건연에 소속된 한 연구원은 약 2~3년이 소요될 분량의 시험을 보다 빠른 백신 개발을 위해 수십명의 연구진의 노고로 반년 만에 분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극저온 보관된 수만명 '인체자원'까지…"미래세대 위한 보건 R&D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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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국립보건연구원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내에 액화질소 탱크형 초저온 냉동고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국립보건연구원 제공)
이렇듯 다양한 시험이 센터에서 진행되는 만큼 국립보건연구원에는 보건의료 R&D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보관하는 대규모 시설들까지 구축돼 있다.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국가병원체자원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자원은행에는 수십대의 거대한 냉동고 등이 구비돼 혈액, 혈장, 뇨, DNA 검체, 앰플 등이 보관돼 있다.

인체자원은행에는 웬만한 성인남성 3~4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저장시설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의 저장시설은 흔히 생각하는 냉장고 같이 생긴 초저온냉동고(영하 75℃, 187대)들과 영하 196℃의 액화질소 기화열을 이용한 액화질소탱크형 냉동고(391대)로 이뤄져있다.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에서는 약 41만명분의 DNA, 뇨, 혈장 및 혈청 자원을 보관하고 있다. 특히 온도 변화에 민감한 단백질 등의 성분이 포함된 혈장·혈청 자원은 랙에 담겨 액화질소냉동고 안에 저장되는데, 랙 하나하나의 무게가 웬만한 아령 수준으로 무거웠다. 이런 무거운 랙들이 수백개의 냉동고 안에 빼곡히 담겨있던 만큼 인체자원은행이 보유·관리 중인 인체자원의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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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국립보건연구원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에 있는 초저온 냉장고에 연구자원이 담긴 튜브들이 보관되어 있다. (사진=국립보건연구원 제공)
한편 보건연은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와 다양한 병원체·인체자원은행 외에도 국립줄기세포재생센터, 국립의과학지식센터, 공동연구장비실 등을 구축해 한국의 의료 R&D 지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시설들을 기반으로 ▲국가 질병관리 R&D 시스템 고도화 ▲미래의료·유전체 정보 활용 및 지원 강화 ▲만성질환 극복을 위한 예방·관리 기술개발 기반 구축 ▲국가감염병 안전망 구축 등의 성과를 달성해왔으며, 향후에도 미래세대를 위한 질병보건연구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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