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수만發 K팝 격변②]하이브도 카카오도 IP·플랫폼 싸움
3세대 방탄소년단 보유한 하이브, 1·2세대 K팝 유산까지 확보대형 K팝 IP 부족한 카카오, SM K팝 그룹들은 플랫폼 채울 확실한 콘텐츠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성장과 함께 급격하게 규모를 키운 하이브는 이른바 과거 3대 기획사로 통하던 SM·JYP·YG엔터테인먼트에 비해 'K팝 유산(遺産)'이 부족하다. K팝 아이돌 3세대로 통하는 방탄소년단 이전인 1·2세대가 부재한데, K팝 아이돌 역사를 만들어온 SM은 이를 한번에 벌충해줄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다. 특히 K팝 개척자인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를 예우하며 K팝 계보를 잇는 적자를 자처할 수 있는 셈이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를 통해 "하이브는 이수만 선생님께서 추진해 오신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면서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 전 프로듀서가 향후 3년 간 해외에서만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자신들의 색깔도 녹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동 시장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은 이 전 프로듀서를 해당 지역에 K팝과 하이브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로 내세울 수도 있다. 아울러 SM은 김서형·문가영·유해진 등의 인기 배우들이 속한 키이스트, 강호동·신동엽·전현무 등 스타 예능인들이 대거 속한 SM C&C도 자회사로 두고 있어 하이브가 기반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진출도 본격적으로 꾀할 수 있다. 장윤주 등 유명 모델들이 대거 속한 에스팀 엔터테인먼트는 SM의 관계사다. 카카오의 자회사이자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을 운영 중인 카카오엔터도 하이브 레이블즈처럼 레이블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 레이블즈와 달리 다소 느슨하게 뭉쳐 있다.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와 아이브 등이 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와 더보이즈 등이 속한 IST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집단인 안테나 등이 있다.
K팝을 기반으로 삼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최종적으로 꿈꾸는 건 디즈니다. 디즈니는 그간 픽사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현재 세계 최고의 문화 콘텐츠 회사 '디즈니 제국'을 이뤘다. 디즈니는 캐릭터, 이야기 관련 IP이 무궁무진하다. 이를 통해 문화 콘텐츠뿐만 아니라 식음료, 패션, 문구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SM의 경우 마블을 연상시키는 SM컬처유니버스(SMCU·SM Culture Universe)의 세계관을 쌓아왔다. SMCU는 다양한 영웅을 내세운 디즈니의 마블 스튜디오처럼, SM에 속한 각 그룹이 이른바 '광야'(KWANGYA)라는 활동 공간에서 각자 쌓아온 서사를 펼치거나 서로 교차시키는 걸 가리킨다. 마블의 어벤저스처럼 SM 소속 보이그룹 멤버들과 걸그룹 멤버들이 각각 뭉친 '슈퍼엠'과 '갓 더 비트'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다. 하이브도 네이버웹툰과 손잡고 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르세라핌의 세계관을 만들고 있어 SM을 인수하게 되면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이 가능하다. 하이브든 카카오든 SM 인수는 오프라인에서도 시너지를 낸다. 하이브의 경우엔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 파크'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전개 중인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콘서트 개최 도시 곳곳에 다양한 즐길거리와 이벤트를 마련해 확장된 팬 경험을 제공하는데 모객력이 있는 그룹이 많을수록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유용하다. 현재까지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이 더 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SM 내에선 일본만 따져도 K팝 팀 중 유일하게 7만석 규모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동방신기를 비롯 엑소, NCT 127, NCT 드림 등 더 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모객력의 팀들이 상당수다. 카카오는 현재 건립 중인 K팝 공연장 서울 아레나를 활용하는데 SM 소속 그룹들이 필요하다. 아울러 하이브와 카카오는 현재 다양한 플랫폼에서 격전이 격화될 확률도 크다. 카카오엔터의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는 네이버웹툰과 경쟁 중인데 네이버웹툰은 하이브와 협업 중이다. SM마저 네이버웹툰과 협업하게 된다면 카카오엔터는 K팝 관련 웹툰 IP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울러 하이브는 글로벌 팬덤 업계 1위인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 중인데 네이버 팬 플랫폼 '브이(V) 라이브'를 양수 받은 것으로, SM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 중인 플랫폼 버블까지 아우르게 되면 해당 업계를 장악하게 된다. 카카오엔터는 IT 플랫폼 업계에서 중요한 팬 플랫폼 분야에서 전혀 지분이 없게 되는 셈이다.
하이브는 "자사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3대 사업 축인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의 모든 분야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시너지 창출에 나설 방침"이라면서 "플랫폼을 통한 협업은 물론 SM엔터테인먼트 산하의 다양한 솔루션 사업들과 하이브의 기존 솔루션 사업들 간에도 시너지 모색에도 나선다"고 전했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은 1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카카오와 SM은 오랜 기간 걸쳐 다양한 사업에서 협력하고자 논의를 진행해왔고 이번 계약 체결로 각자 장점인 플랫폼과 IT 기술, IP 파워를 결합해 다양한 시너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