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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밥주기·중성화 효과 '갑론을박'…공존 대안은

등록 2023-02-19 07:00:00   최종수정 2023-02-21 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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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주기로 고양이 개체수 과도한 증가…TNR 효과 미지수 주장

토론회선 "고양이 밀도 낮춰야" "모두 인간 도시개발 피해자" 지적

"중성화 후 관찰·관리 목적 먹이주기…올바른 방식 돌봄 제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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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키아=뉴시스] 권창회 기자 =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 일대 건물에서 탈출하지 못한 고양이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2023.02.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한 유튜브 채널의 '캣맘·캣대디(케어테이커)' 비판을 계기로 길고양이 돌봄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길고양이 밥 주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과, 중성화(Trap·Neuter·Return, TNR)와 지속적 관리를 결합해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발단은 야생조류 관찰 유튜브 채널 '새덕후'에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이른바 '캣맘·캣대디(케어테이커)'를 비판하는 영상이 올라온 것이었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라는 제목의 영상은 지난 17일 기준 조회수 178만회를 넘겼고 댓글은 6만1000여개가 달렸다.

해당 영상은 길고양이에게 인위적으로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 개체수를 과도하게 늘리는 데다가, 길고양이를 중성화한 후 방사하는 TNR이 실제로 고양이 숫자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한 섬 지역에서 천적이 없는 고양이가 늘어나며 주변의 작은 생물, 조류 등을 사냥하는 문제도 언급됐다. 실제 철새 기착지 격인 마라도의 경우 고양이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뿔쇠오리'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어 문화재청이 '포획 후 이주'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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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한 반지하 주택 창문 앞을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고 있다. 2022.08.11. [email protected]


온라인에서 촉발된 논쟁은 오프라인에서도 토론회 등을 통해 이어졌다.

지난 14일 서울환경연합 주최로 '더불어 사는 도시를 위한 심층 세미나'가 열렸고, 고양이의 생태계 영향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미국에서는 고양이의 포식으로 연간 14~37억 마리의 새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영국 내 고양이 1200만여마리가 매년 1억6000~2억700만마리의 동물을 죽이고 이중 4분의 1이 조류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고양이를 악마화, 적대화할 수는 없지만 생태계 측면에서 해결책이 나올 수는 없다"며 "그간 고양이 밀도를 중가시킨 구조, 즉 사람들의 (돌봄) 노력이 있다면 해결책은 결국 그쪽에서 나와야 한다. 인도적인 방식으로 길고양이와 들고양이의 밀도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양이가 도시생태계의 포식자이지만 새를 비롯한 도시의 생물다양성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고양이가 조류 멸종의 원인이라는 연구자료는 '직접적인 사망사고 원인'만을 추적한 것임을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우면산 산사태 이후 이를 막기위한 사방시설(사방댐) 설치가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생태경관보전지역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며 점차 공원화된 것도 생물다양성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최 팀장은 "길고양이를 비롯한 모든 자연물이 인간의 도시개발에 의한 생물다양성 위기의 피해자란 걸 인정하고 어떤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질 건가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아가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고양이와 새를 이분법적으로 나눈 전선에서 살짝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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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2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한 주차장에서 길고양이가 자동차 아래 그늘에 들어가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2.08.22. [email protected]


생태계가 우수한 국립공원이나 작은 섬에 한해서 고양이를 제거하고 사육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작은 섬은 천적이 적어 체력이 떨어진 철새가 쉬어가는 곳으로 기능해왔는데, 고양이를 기르게 되면 천적이 무한정 공급되는 '생태덫(ecological trap)’ 상황이 된다며 "철새들은 번식이나 생존에 유리한 조건에 유혹돼 본능적으로 몰려가지만 높은 사망률로 인해 개체군이 몰락해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TNR과 함께 먹이를 주는 관찰·관리로 충분히 길고양이와 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제는 TNR을 넘어 TNRM(Trap·Neuter·Return·Monitor/Manage)로 나아가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포획, 중성화 조치와 함께 사료 급여를 하면서 영역별로 고양이 개체수를 파악하고, 서식지를 기준으로 그 주변 환경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자는 의미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동물자유연대는 "TNR이 개체수 조절 방식으로서 성공적으로 작용하기 위한 핵심은 개체수 관찰과 방사 후 관리에 있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정기적 급여"라며 "동네고양이 급여를 무조건 금지하는 대신, 올바른 방식의 돌봄을 제안하고 TNRM의 과정 중 하나로서 체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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