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소멸 극복한 日마을…"50여년 대도시 자매결연이 키"[르포]
도쿄에서 2시간 반 떨어진 군마현 작은 마을인구 3100명 불과한데 매년 250만명 방문방문객 60% 재방문…30%, 연간 10번 이상
[가와바=뉴시스]임하은 기자 = 도쿄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가량 떨어져 있는 군마현 북부의 작은 마을 가와바. 3100명의 인구 중 40%는 65세 이상으로 고령화된 이 마을에는 매년 인구의 800배가 넘는 방문객들이 찾아온다.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과 가공한 요구르트, 수제맥주 등을 판매하는 마을기업은 연간 270억원의 매출을 낸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작은 시골마을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 현장을 뉴시스가 직접 찾아가봤다.
가와바마을의 성공의 핵심은 수십 년간 일관성을 갖고 추진한 정책, 그리고 그 밑거름이 된 세타가야구와의 자매결연에 있다. 세타가야구는 서울의 강남와 같은 도쿄 내에서도 인구 92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다. 세타가야구와 가와바마을의 도농교류 사업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타가야구가 '제2의 고향 프로젝트'를 함께 할 마을을 공개모집했고, 이에 가와바마을이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도농교류 사업이 시작됐다. 가와바마을은 8년 전인 1971년 이미 인구소멸 지역으로 지정됐다. 일본의 다른 구에서도 도시와 농촌 간 자매결연의 사례가 있지만 23개 지자체 중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곳은 세타가야구와 가와바가 유일하다. 지자체장은 선거철마다 계속 교체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기 힘든데, 세타가야구와 가와바마을은 자매결연과 관련된 조례가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게 츠노다 케이이치 부촌장의 설명이다. 케이이치 부촌장은 "세타가야구와의 도농교류 사업이 가와바마을의 관광을 담당하는 축 중 하나다. 흔들리지 않고 전원풍경을 유지하기 위한 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일관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세타가야구와의 교류는 마을기업이 만들어지고 주요 관광사업이 시작되는 시작점이 됐다. 구민들이 도시를 떠나 고향을 느끼고, 건강한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규모 레저시설을 구축하면서 세타가야구민은 지난해만 5만7000명, 지난 30년간 200만명이 가와바 마을을 찾았다.
현재 세타가야구의 61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평일에 2박3일로 가와바로 농촌체험을 온다. 1985년부터 시작된 정규 의무 교육과정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세타가야-가와바 공사가 운영하는 후지야마 빌리지에는 세타가야구 나카마츠 소학교에서 온 5학년생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먹느라 북적였다. 야외 식당과 다다미방으로 꾸려진 숙박시설, 온천 등 아이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가와바 마을은 향후 100년을 내다보고 청년과 학생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 중이다. 윤기확 가와바코리아 대표는 "면사무소 인근에는 동경 농업대 건축을 위한 부지가 마련돼있다. 가와바마을이 향후 100년간 장기 계획의 목표로 두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 그리고 교육이다. 농산학 교류시설을 구축해 많은 청년들이 가와바마을에서 연구하는 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반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와바마을을 살린 또 하나의 키는 마을 기업이다. 전원플라자 주식회사는 지분의 60%를 마을이 가진 기업이다. 전원플라자의 연간 매출은 270억원인데, 이 중 30%가량인 90억원이 지역 주민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파머스마켓에서 나온다. 매년 방문하는 250만명의 외지인들에게 가와바마을의 지역특산물을 소개해주고 직접적인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도록 시스템화 해놓은 것이다. 오후 3시반께 들른 파머스마켓은 장을 보러 온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데, 일부 매대는 이미 텅텅 빈 모습이었다. 채소 코너와 더불어 가와바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쌀로 만든 수제맥주 코너도 인기였다. 가와바마을 인근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사는 아하타 카즈미(53)씨는 딸과 사위, 손녀와 함께 파머스마켓을 찾았다. 장바구니에는 오늘 농민들이 등록한 양배추와 양파를 담겨있었다.
카즈미씨는 "한 달에 한 번 이곳으로 장을 보러 온다. 산책코스가 넓어서 반려견과 함께 와서 산책을 하고, 신선한 야채를 사서 간다"고 말했다. 가와바마을을 들르는 방문객의 대부분은 일본 내국인들이자 당일치기 여행객이다. 관광지라면 1박을 하도록 유도하겠지만 가와바마을은 다르다. 이곳 방문객의 평균 체류시간은 4시간에서 4.5시간으로, 마켓에서 신선야채를 구매하고, 식사 후 주위를 산책하면 다시 인근 도시의 자택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렇기에 이곳은 오후 3~4시면 모든 점포가 문을 닫는다. 파머스마켓 안쪽에는 농민들이 오가는 통로가 있다. 사무실처럼 생긴 작은 공간에서 농민들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갖고 와 등록하고 가격을 매긴다. 전원플라자에서는 2주에 한 번 시장가격을 조사해 농민들에게 전달하고, 농민들은 이를 참고해 직접 가격을 책정해 판매한다. 농민들은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농산물을 직접 등록하는데, 정오가 되면 그날 등록한 농산물 중 몇 개가 팔렸는지를 알려주는 문자가 발송된다. 농산물을 추가로 등록할 농민들은 오후에 다시 마켓을 찾는다. 토아먀 노부코(70)씨는 오후 4시께 감자 한 바구니를 들고 파머스마켓을 찾았다. 노부코씨는 10년 전부터 파머스마켓에 납품을 해왔다. 주된 농산물은 집 앞 텃밭에서 가꾼 감자와 양파, 토마토, 가지 등이다. 그는 가와바마을에서 태어나 쭉 거주했다고 한다.
노부코씨는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이렇게 농산물을 팔 수 있어서 전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 같다. 집 앞 텃밭에서 작게 농사를 지어서 1년에 1000만원 정도 번다. 일본 신문사에서도 보도됐었는데, 가와바마을 사람들은 오래 산다"고 말했다. 이렇게 농산물을 판매한 주민들은 연간 2000만원 전후의 수익을 번다. 소작농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농가 6세대는 납품을 많이 해 연 1억원의 수익을 내기도 한다. 전원플라자는 주민들과 외지인들에 매기는 수수료 책정을 다르게 하고 있다. 농민들에게는 판매가의 15% 수수료를 책정하는 반면, 외부에서 들어온 기념품 업체 등에는 30%를 부과한다. 가와바마을을 안 와본 사람들은 많아도 한번 온 사람은 없다. 10명 중 6명이 마을을 다시 찾고, 연간 10번 이상 오는 분들이 10명 중 3명에 달한다. 가와바마을이 개발될 초창기인 1970년대, 주민들은 외지인 많이 들어오면 쓰레기와 소음 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가와바마을은 동경농업대의 자문을 받아 마을기업을 구상했고, 외지인이 오더라도 중심지에서 특산품 등을 구매해서 갈 수 있도록 마을 중심부에 전원플라자를 만들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가와바마을의 성공 키워드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다. 가와바마을 성공의 마중물이 된 건 도쿄 세타가야구의 제2의 고향찾기 프로젝트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7월7일을 도농교류의 날로 지정해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3월 농촌소멸대응 대책을 통해 정주인구 확대 중심의 정책에서 관계인구, 생활인구 확대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우리 농촌마을들도 각자 특색있는 자원을 활용해 도시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공 모델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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