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외인이 돌아왔다[증시 V자형 반등①]
"저점 딛고 반등하나" 기대감에 상승세"실적 눈높이 하향 조절 9부 능선 지나"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업황 우려로 부진했던 반도체 관련 매수세가 되살아나면서 올해도 반도체가 증시 주도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들의 수급 추세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2만9600원(17.02%) 상승했다. 이에 따라 17만원대였던 주가는 20만원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하반기 부진을 겪었던 삼성전자 주가도 2100원(3.95%) 올라 5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은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주가 다시 부각된 건 환율 변동성이 완화되고 국내 수출경기 선행지표인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지난 3일(현지시간) 49.3으로 예상치를 상회하면서부터다. ISM제조업지수는 전통적으로 반도체와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왔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는 글로벌 테크 밸류체인 내 제조업과 중간재·자본재 성격이 강한 레거시 반도체 특화 기업이 주류를 구성해 글로벌 제조업·투자 경기 회복 여부가 주가 반격, 도약의 선결 과제로 기능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팔랐던 반도체 업종과 대표주 실적 눈높이 하향 조정 행렬이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9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 6조5000억원으로 당초 시장 전망치(7조7000억원)에 못미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대규모 유입되면서 주가도 활기를 찾았다. 삼성전자는 실적을 발표한 지난 8일 하루에만 3.43%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3% 넘게 오른 건 지난해 12월12일(3.52%)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주가가 역사적 하단에 있고 실적이 저점을 딛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자간담회 발언도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했다. 황 CEO는 "삼성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도 삼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는 등 HBM 테스트 통과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울러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속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SKC 유리기판의 엔비디아향 공급을 시사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실적이 1분기 저점을 통과한 뒤 2분기 또는 하반기를 지나야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반도체 하락 사이클이 이제 막 시작됐고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본격적인 주가 상승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된 삼성전자는 어닝 쇼크에도 모건스탠리 목표주가 상향에 힘입어 외국인 수급 자금이 유입됐다"면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반도체 업종은 오히려 자금 유출이 발생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저가매수 콜은 외국인 매수의 추세성을 확인한 뒤 시차를 두고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수급 여건은 우호적이므로 순환매는 긍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