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미노 관세戰' 개막…트럼프 "게임 할테면 하자"
"모든 국가가 미국 갈취…불공정한 상황 바꾸겠다"멕시코·캐나다, 보복 조치 착수…트럼프 "EU도 곧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그간 사실상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당했다"라며 "거의 모든 국가에서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타국이 미국을 등쳐먹는다는 인식은 국제 관계를 철저히 손익 중심으로 재조정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정책 기조의 근간이다. '거의 모든 국가'라고 명시한 만큼 그 대상은 동맹·파트너를 망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바꿀 것"이라며 "그간은 불공정했다"라고 지적한 뒤 "우리는 모두에게서 적자를 보고, 모두를 도왔다. 하지만 솔직히 그들이 감사하는 것 같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미국 손해론을 명분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첫 표적은 멕시코와 캐나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들 국가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발효는 4일이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 다자무역협정인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맺은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1기 행정부 시절 주도한 협정이지만 더 강해진 '마가(MAGA)'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1호 표적이 된 멕시코와 캐나다는 즉각 보복 관세를 천명하며 상응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2기 출범 이전부터 우려돼 온 글로벌 보복 관세 도미노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연이틀 성명과 영상 연설을 통해 대미 보복 관세를 다룬 '플랜B'를 경고했고, 캐나다는 주류와 가전 등 구체적인 보복 관세 품목을 이날 공개했다. 멕시코·캐나다와 함께 관세가 매겨진 중국은 당장 보복을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대등 원칙과 보복 조치를 규정한 관세법을 시행 중이다. 언제든 조치에 나설 수 있다. 나아가 중국과 캐나다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유력한 차기 관세 대상인 유럽연합(EU)도 불공정·자의적 관세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대비 태세를 갖추는 모양새다. 각국이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는 물러날 기미가 없다. 그는 이날 자국을 겨냥한 보복 관세 관련 질문에 "그들이 게임을 하고자 한다면 나도 꺼리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관세와 보복, 이에 따른 재보복의 치킨 게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다시금 차기 관세 표적으로 EU를 지목하고, "매우 곧(pretty soon)" 실제 부과에 나서겠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한 달도 안 돼 불붙은 글로벌 관세 전쟁에 한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한국 경제는 각국의 연쇄 관세로 인한 국제 무역 축소의 여파에 취약하다. 특히 대미 수출을 위해 '니어쇼어링(지리적 인접국으로의 생산·서비스 업무 이전)'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당장 멕시코·캐나다와 미국 간 강 대 강 관세 대치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나아가 한국이 직접 트럼프표 관세 폭탄의 십자선에 놓일 가능성도 상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 표적이 '대미 흑자국'인데, 한국은 지난해 557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의약품,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당장 내달 중순이 거론된다. 아울러 현재는 절제된 대응을 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에 본격적인 보복 관세로 맞서며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 양국을 나란히 1·2위 교역 상대국으로 둔 한국이 겪는 시련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이 '트럼프 폭풍'의 파고 앞에 설 날이 머지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