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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스릴러 영화관 같은 리움미술관…피에르 위그 '리미널'

등록 2025-02-25 16:19:22   최종수정 2025-02-26 15: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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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베니스비엔날레서 전시 후

아시아 최초 서울서 개인전 개막

리움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전' 동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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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세계적 작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Liminal)'을 25일 개막했다. 2025.0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생각지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것 같은' 어둠의 공간이 점점 눈을 뜨게 한다.

임산부의 배 모양을 그대로 본 뜬 화석 같은 돌로 시작되는 깜깜한 공간은 얼굴 없는 인간이 나신의 육체로 드러나 SF 스릴러 같은 공포감이 엄습한다. 검은 점처럼 뻥 뚫린 얼굴 없는 여자의 공허한 몸짓은 괴기스럽다.

'캄브리아기 대폭발'같은 수족관, 어린 소녀의 얼굴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원숭이, 기계가 해골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 같은 영상 등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전시장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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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위그 '리미널(Liminal) 화면 영상 캡처.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25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이 2025년 새해 첫 전시로 개막한 피에르 위그 '리미널(Liminal)'은 AI시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보여준다. 얼핏 보면 이상향이 실패한 암울한 세계처럼 보이지만,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전환시켜 주는 장치다.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연 그는 자신의 작품처럼 '예측 불가능함'을 몸소 보여줬다. 24일 VIP 개막식에 참석한 그는 25일 예고한 한국의 기자들과 간담회에는 불참했다. 리움미술관 관계자는 "건강상의 이유"라고 했지만 전날 SNS에 피에르 위그는 이서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이불 작가 등과 함께 유쾌한 모습이 사진에 담겨 아픈 기색을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다. 미술관에 따르면 한국에서 작품 설치를 위해 열흘 간 머물다 최근 폐렴에 걸렸다.
 
피에르 위그는 지난해 리움미술관에서 전시한 필립 파레노와 절친으로 이들은 독일화랑 에스더쉬퍼 전속 작가들이다. (최근 몇년 간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를 휩쓸며 '세계적인 작가'라는 명성이 붙은 이들은 서울에서도 인기를 모아, 에스더쉬퍼는 서울 진출 3년 만에 몸집을 키워 최근 이태원에서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1962년 파리에서 태어난 피에르 위그는 프랑스 국립고등예술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칠레 산티아고에서 거주하며 활동한다. 초기에는 영상 작업에 집중하며 현실과 허구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왔다. 2019년 오카야마 아트 서밋 '이프 더 스네이크'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2~2014년 파리 퐁피두 센터, 쾰른 루드비히미술관,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에서 주요 회고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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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위그, 휴먼 마스크(Human Mask).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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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현대미술의 세계적 작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Liminal)'을 개막했다.  2025.02.25. [email protected]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신작 '리미널'을 공개한 후 서울에서 펼친 이번 전시는 '베니스 전시'를 그대로 가져왔다.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의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과 신작을 공동 제작하는 등 국제적 미술 기관과의 협력 전시다.

피에르 위그는 베니스 전시와 리움미술관의 전시 차이에 대해 "베니스 푼타 델라 도가나의 건축적 한계로 불가능했던 순환성이나 유기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게 전시를 구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은 미로 같은 긴 공간이고 계단이 많아 작품간의 단절이 있었다. 반면 리움은 두 공간이 모두 탁 트인 공간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다시 타고 올라오는 공간 자체가 순환적"이라고 했다.
"내 작업은 인간존재론에 대한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이고 그 원형에 대한 탐구다. 나는 전시가 이것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한다."(피에르 위그)
이번 개인전 제목 ‘리미널(liminal)'은 '생각지도 못한 무엇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한다. 동명의 작품 '리미널'에는 얼굴 없는 인간 형상이 등장하는데, 이 형상의 움직임과 시선은 센서가 포착한 환경 조건과 인공 신경 조직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전시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체들이 센서를 통해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이를 해석하며, 관객의 개입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환한다.

전시장 곳곳에 황금색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기계 목소리'를 내고 등장해 주위를 환기시키고 '암세포 변환기'(삼성서울병원 협력)도 선보여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경계 없는 세상의 면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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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현대미술의 세계적 작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Liminal)' 전시 전경. 2025.02.2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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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현대미술의 세계적 작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Liminal)' 기자간담회를 25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갖고 작가의 신작을 소개했다. 2025.02.25. [email protected]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 있는 환경이다."

피에르 위그는 "나는 이야기의 형태가 선형성을 벗어날 때 흥미를 느낀다. 역사를 넘어선 서사 밖의 허구에 관한 것"이라며 "시뮬레이션은 혼돈을 지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가능성의 투영”이라고 전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작가의 최근 작업은 기존 인간 개념과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현실, 인간 이후와 인간 바깥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이러한 상상이 감각적으로 시적으로 전환되며 관람객에게 강렬한 인상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관람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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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위그 '리미널(Liminal)  영상.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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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현대미술 소장품전 전시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촬영: 김상태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리움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기념한 현대미술 소장품전도 동시에 펼친다. 리움미술관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풍성하게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에는 최초 공개 소장품 27점 등 총 44점을 소개한다. 

전시를 여는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 얀 보의 '우리 국민은' 등 옛 로댕갤러리(1996~2016)의 기억을 되살린다. 작품은 미술관 M2와 로비에서 만나볼 수 있다. KB금융그룹 협찬으로 진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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