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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트럼프와 통화도 못 하는데…'방위비 인상' 압박 우려

등록 2025-03-05 19:14:47   최종수정 2025-03-05 21: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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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분 의회 연설에서 한국 관세·군사도움 언급

트럼프, 韓 '머니머신'으로 부르며 '수혜국' 인식

최상목 대행, 트럼프 취임 한달 넘도록 통화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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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3.05.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9분에 걸친 연설에서 한국을 미국의 수혜를 입은 국가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과 동맹을 막론하고 미국을 이용한다고 비난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정상이 부재한 상황에서 관세와 방위비 압박을 무방비 상태에서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각) 2기 임기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군사적으로, 또 많은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엄청나게 돕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근거가 없는 관세 수치를 들이밀며 '군사적 도움'을 언급한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과 방위비 분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부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대선 과정에서는 '머니 머신(부유한 나라)'인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친 협상 방식을 고려해도, 100억 달러는 2026년 적용될 금액의 9배 수준이다.

한미는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인 지난해 10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한국이 2026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조5192억원을 부담하고, 2027년부터 2030년까지는 전년도 분담금에 '소비자 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해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SMA 재협상을 주장하고, 이 과정에서 전략자산 전개 중단이나 주한미군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한 전례가 있다.

전략폭격기나 핵추진항공모함을 비롯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방위비분담금에 반영하자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미 전략자산의 전개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주한미군 주둔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을 통해 대중국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정상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소통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은 현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대행의 대행' 체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최 대행은 아직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재 한국에 '오너'(소유주)가 없으니 대화 상대가 없어 잠시 유보했을 뿐, 한국의 리더십이 복원이 되는 시점에 방위비와 관련한 요구를 할 것"이라며 "SMA 재협상뿐 아니라 전략자산 전개 비용 요구 등도 확장억제의 기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대미 전략을 만들어가는 데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국 외에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체결하는 국가는 일본뿐이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 요구를 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일본은 미국산 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대미 투자 결정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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