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도 비관론 지웠다…왜?[메모리 슈퍼사이클 온다①]
모건스탠리 반도체 전망 '비관→낙관''AI 수요'…메모리 장기호황 유발할 듯"추론시장 확대…범용 메모리 수요도"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이 메모리 사이클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본다. 기존 같은 사이클에 따른 단기 반등을 넘어 이제는 장기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뜻한 겨울"…내년 슈퍼사이클 올까 2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달 발표한 '메모리 슈퍼사이클'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산업 전망을 대폭 상향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은 기존 '시장 평균 수준'에서 '매력적'으로 조정됐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기회가 업계 전반의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으며, AI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 확대에 따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탄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사이클은 2027년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무엇보다 올해 반도체 업계가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봤다. 앞서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와 '빙산이 다가온다(The Iceberg Looms)'는 등의 부정적인 표현을 썼던 것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에 극도로 보수적이던 모건스탠리마저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시장 확대 영향으로 메모리 시장이 기존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역시 AI가 자리 잡고 있다. AI가 메모리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과거 메모리 시장은 PC와 스마트폰, 일반 서버 등 전통적인 수요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통상 '글로벌 경기침체→IT기기 판매 감소→메모리 수요 감소'의 패턴에 따라 반도체 사이클도 결정됐다. 글로벌 경기 흐름을 보면, 향후 메모리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를 잇달아 구축하면서 HBM을 비롯한 첨단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며 빅테크들의 필수 구매 품목이 됐다. AI 데이터센터는 장기적인 AI 수요에 따라 당장의 글로벌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빅테크들은 수조원을 들여 AI 데이터센터를 잇달아 짓고 있다. 구글의 경우,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90억 달러(12조50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AI 시장의 흐름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오면서 HBM 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까지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다. AI에서 추론은 학습에 비해 데이터 처리량이 많아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습은 AI 모델이 여러 데이터를 입력하는 반면, 추론은 데이터를 활용해 결과물을 내놓은 과정이다. 이전까지는 학습이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추론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이에 데이터 저장장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낸드로도 시장 수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수요는 폭증하지만 메모리 기업들의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메모리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HBM을 포함한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HBM을 제외한 범용 D램도 8~13%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AI에 힘입어 2017~2018년 초호황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며 "내년 6세대 'HBM4'의 판매 추이에 따라 메모리가 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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