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폭락 진단]1년 새 70% 떨어져…러시아 경제 어디로
위기설의 진앙지는 국제 유가 하락에 휘청이는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 7월 이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위기설에 불을 지폈다. 루블화는 올해 초만 해도 달러당 30루블 선을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80루블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새 무려 70%이상 화폐 가치가 급락했다. 푸틴 정부는 올 들어서만 800억 달러 이상을 환율 방어에 투입했으며 이달에는 기준 금리를 6.5% 인상하는 극약처방도 동원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막고, 루블화 예금을 묶어두기 위한 비상조치다. 러시아 정부가 발행한 국채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 단기 국채 이자는 올해 초 5.7%에서 최근 9.9%로 올랐다. 중기와 장기 국채 이자도 12%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러시아 경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돈을 빌리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위기가 실물 부문으로도 전이될 조짐을 보이면서, 러시아가 내년 외환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정부의 환율 방어, 국채 금리 급등 등 외환위기의 전형적 징후들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정부 출범 후 고유가로 톡톡히 재미를 본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는 재작년말 5380억 달러에 달했으나, 올해 말 현재 4190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외 채무는 올 9월말 기준 6780억 달러 규모로 외환보유고를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상환기간 1년 이상의 장기 부채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루블화 폭락 등 몇 가지 비관적인 징후들에도 불구하고 98년 국가부도 사태를 다시 맞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정부 발행 국채(GKO) 금리가 디폴트 선언 당시인 98년 5월에는 60%로 치솟았지만, 현재는 아직 9.9%수준이다. 외환 보유고도 올들어 빠른 속도로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천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 정부의 주요 수입원인 국제 유가가 당분간 이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는 올해 상반기 배럴당 115달러 선이었으나, 하반기 들어 급락하며 이달 들어서는 60달러마저 붕괴됐다. 러시아 수출의 60%이상이 가스, 원유 등 에너지 수출에서 발생한다. 유가 하락의 이면에는 수급 요인 외에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가 국제원유의 수급요인이자 동시에 국제정치 역학의 문제인 만큼 해법이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푸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는 등 백기투항할 것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러시아가 국가 부도의 위기에 직면할 경우 그 충격파는 비단 러시아 국경 내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국의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은 열려있다.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발 금융 위기의 불똥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튈 가능성도 있다. 지난 98년 8월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 선언은 미국의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파산을 초래했다. 러시아 국채를 대거 보유한 이 금융회사가 디폴트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투자의 신’ 조지 소로스도 당시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으며, 줄리안 로버트슨의 타이거 펀드도 무너졌다. 국제금융시장이 과거에 비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지지 사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