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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 지하경제④]대부업 '돈놀이' 수법 진화…전문가 동원

등록 2016-03-16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6: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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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차량으로 렌터카 사업·부품 빼돌려  '고리사채' 일수가 일수를 낳는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합법 대부업과 불법 대부업의 가장 큰 차이는 대부업체 등록 여부 및 법정 최고 이자율 준수 여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관리 감독하는 제도권 내 대부업 유형은 은행과 저축은행을 포함한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 한정된다.

 불법 대부업 행위로 규정된 것은 무등록업체뿐 아니라, 등록업체라 해도 대출중개료를 받는 경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출광고를 하는 등의 경우, 법정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는 경우 등이다.

 불법 대부업체 주 이용자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 가능한 신용을 벗어났거나 자금융통 기간을 축소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다.

 폭력조직 대부분은 여러 편법을 이용해 단기간 내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무등록대부업체를 운영하거나 각종 불법 행위를 통해 대부업을 영위할 확률이 매우 높다.

 ◇절반이 사채·채권추심업 관여

 실제로 조직범죄단체의 과반수가 사채업과 채권추심업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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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사정책연구원(KIC)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범죄단체 구성 및 활동'으로 수감 중이거나 전과가 있는 27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조직이 운영하던 사업에서 '사채업, 채권추심업'이 포함된다고 응답한 인원은 54.1%(151명)에 달했다.

 아울러 '사채업, 채권추심업'이 조직의 대표사업이라고 응답한 인원도 28명으로 전체의 9.1%에 해당했다.

 연 매출은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을 벌어들인다고 답한 경우가 17.9%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5000만~1억원 미만과 1억~5억원 미만이 각각 14.3%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특히 조직이 관여하는 사업 중 대부분이 대부업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대부업과 병행하는 사업의 유형은 유흥업소 직접운영(90.7%), 오락실·게임장 등 직접 운영(78.8%), 도박장 개설·사설 경마(78.1%), 건축·부동산개발·시행사업(66.9%), 보도방(62.3%) 등 순으로 나타났다.  

 폭력조직원이 운영하는 사업이 대부분 음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인보다 불법 대부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심층면접에 응한 A씨는 "도박판이든 성매매업소든 일단 수익률이 잘 나온다 싶은 곳에서는 돈놀이가 없을 리 없다. 조직원 중에 10명 중 7명이 사채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직폭력원이 관여하는 대부업(중복응답)은 일수·달돈이 54.6%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일반 대부업 52.6%, 대부중개업 39.2%, 내구제 등 담보대출 36.1%. 카드깡 35.2%, 대출광고 31.1% 순으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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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수는 담보물 없이 주로 소액대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수 이용자 대부분은 금액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자율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B씨는 "(일수로) 200만원을 빌리면 2달 동안 2만6000원씩 찍어야 한다. 내야 할 돈이 10일 밀리면 26만원이며, 그것을 갚기가 힘들어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일수를 하게 된다. 60일간 매일같이 내려고 하면 매우 힘들다. 일수가 다른 일수를 낳게 된다"고 경고했다.

 ◇'연대 보증' 등 다양한 안전망 구축

 조직폭력원은 과거의 폭력적인 채권회수 방식에서 벗어나 대출을 처음 진행할 때부터 대상자를 까다롭게 선별하는 등 채권회수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안전망을 구축해 놓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소 아가씨에게 일수를 놓는 경우 지인을 통해 보증을 서게 하는 식이다.

 C씨는 "우리가 아가씨들에게 돈을 직접 빌려주면 노예 계약과 같아 보여 서로 불편하다. 제3자에게 빌리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마담, 아가씨들 3~4명 묶어서 빌려준다. 이렇게 해야 도망가지 않고 돈을 잘 갚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무담보로 일수를 놓는다고 하더라도 업주들이나 마담이 보증을 서지 않는 이상 대출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담보대출을 가장 선호하는 추세다.

 조성현 KIC 연구원은 "주로 선호하는 담보물은 중고시장이나 장물업자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휴대폰, 자동차 등이다. 이러한 담보물이 중고시장으로 나가게 되면 대포물건으로 둔갑하거나 밀수출을 통해 처분되고 그 물건이 거래되는 시장을 교란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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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동원…수법 지능화

 불법 대부업은 진화 중이다. 기존 대부업이 일수에 머물러 있었다면 최근 트렌드는 대출 의뢰인의 수요와 단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각종 변수 수법을 개발하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기존 담보 대출에서 벗어나 리스 차량을 통해 불법대출을 운영하거나 담보물 차량을 이용해 불법 렌터카 사업을 하고, 부품을 분리해 해외로 빼돌리는 등 과거보다 더 지능적 수법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대부업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조직폭력원은 거미줄 인맥을 활용하거나 전문기술을 가진 일반인과 동업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한 방법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 대출 등에 이용되는 서류 조작, 카드깡 대출 등 일부 지능화한 수법은 일반인 전문가가 총괄하고, 조직원이 중간단계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최근 대출 의뢰인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조직은 불법 대부업 시장에서 도태되는 모습을 보인다.

 D씨는 "세상이 밝아져 무조건 헐뜯고 그러지 않는다. 요즘은 깡패들도 많이 배우고 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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