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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의료진 잇따라 '결핵 감염' 왜?

등록 2016-08-03 13:57:55   최종수정 2016-12-28 17: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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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발생 불구 땜질식 처방…문제 덮기 급급 비판    내년부터 의료기관·산후조리원 등 결핵검진 의무화  잠복결핵 검사비 최대 10만원…"병원이 내라'에 실효성 논란  의료계 "검사비 전액 국가가 대야"…정부 "예산확보 위해 노력중"  결핵신고시 피해 최소화 필요…병원 사실상 폐쇄 동네병원 타격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국내 유명 대학병원과 대형종합병원에서 한 달도 안돼 잇따라 의료진이 결핵에 감염되면서 감염병 관리체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달 15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여·32)에 이어 이달 1일 삼성서울병원 소아혈액 종양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27·여)가 각각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결핵에 감염돼 29명에게 결핵균을 옮겼고 2014년 7월에는 부산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결핵에 감염돼 영·유아 383명은 잠복결핵, 2명은 실제 결핵환자로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병·의원에서 발생한 결핵환자 600명과 접촉한 환자·의료진 2만1486명을 검사한 결과 136명이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어린이집(113명)이나 직장(35명), 교도소(30명), 군대(15명)보다 병원이 오히려 결핵에 감염된 환자가 더 많은 셈이다.

 특히 면역력이 낮은 영·유아 관련기관에서 의료진이 결핵에 감염되면서 산모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결핵 공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대형 의료기관에서 거의 매년 결핵 감염이 되풀이면서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으로 문제를 덮는데 급급하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분석해 근복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은 결핵 발생을 줄이기 위해 '결핵 안심 국가 실행계획'을 올해 3월 내놓은 바 있다. 내년부터 고교 1학년과 만 40세를 대상으로 잠복결핵에 대한 일제 검사를 실시하고 올해 8월부터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영유아시설, 학교,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종사자 등의 결핵검진을 의무화했다 

 다만 의료종사자의 검진 비용은 소속 의료기관에서 부담해야 한다. 이때문에 병·의원에서 한 사람당 7만~10만원의 잠복결핵 검사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의료진에 대한 검진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재정적인 부담이 된다면 최소한 신생아실이나 중환자실 등과 같은 결핵 전염 가능성인 높은 의료진만이라도 검사 및 치료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잠복결핵에 대한 검진 의무화를 권고사항으로 했으나 사실 병원들은 반신반의했다"며 "중환자실이나 암병동, 소아과, 내과, 응급실 등 고위험부서 직원들은 병원마다 수백명에서 대형종합병원은 천여명까지 되는데 검사비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검진비를 부담하는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입장에 공감하고 검진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확보를 추진중"이라면서 "아직 관계부처와 협의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예산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또 결핵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처럼 결핵연구원이나 결핵협회가 주도할 경우 정책 조율이나 협의가 쉽지 않아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산하기관에 지시함으로써 일관성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결핵신고를 할 경우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의료기관에서는 결핵환자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지만 역학조사에 들어갈 경우 기존 환자들을 퇴실시키고 병원은 사실상 폐쇄되기 때문에 신고를 기피하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 경우 대형종합병원에 비해 중소병원이나 동네의원들의 타격이 더 크다.

 이에따라 의료계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지만 결핵 환자를 신고한 병·의원이 받을 충격을 줄여주는 대책을 세울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의료진의 결핵 감염을 막으려면 의료진에 대한 검진을 강화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며 "병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결핵에 노출되는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의료진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건 초기에 진단해서 빨리 격리하고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감염예방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인력이나 시스템, 재정적인 지원도 정부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수가 OECD 회원국중 가장 많은데다 가족력도 없는 질병이어서 언제 어디서 환자가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대형병원이기 때문에 결핵에 노출될 위험이 더 높은 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대책을 보완한다면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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