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심경 고백, 그러나 '자기 변명' 일관

등록 2016-10-31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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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서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독일 현지에서 진행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였지만 최씨는 시종일관 자기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가 인정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초기에만 청와대 자료를 일부 받아본 사실이 있다는 것 뿐이었다.

 최씨는 10월26일(현지시간) 독일 학센주 한 호텔에서 진행된 언론인터뷰에서 대통령 연설문 유출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나라만 위하는 분인데, 그런 분에게 심적으로 물의를 끼쳐드려 사과드리고 싶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선 당시인지 그 전인가 했다. 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기밀인지도 몰랐다. (문제가 된다는 걸) 알았다면 손이나 댔겠느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제가 신의(信義)로 뭔가 도와주고 싶었고, 제가 무슨 국회의원이 되거나 권력을 잡고 싶은 게 아니었다.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기 짝이 없다. 너무 잘못됐다. 대통령에게 폐를 끼친 것은 정말 잘못했다. 신의 때문에 했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고서를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당선 직후 초기에는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종이나 책자 형태의 청와대 보고서를 매일 봐왔다거나 태블릿 PC를 통해 보고서를 사전에 봤다는 등의 보도와 관련해서는 "말도 안된다.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줄도 모른다. 내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특히 그는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며 되려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인사개입설과 미르·K스포츠재단 특혜 의혹, 차은택씨의 재단 운영 농단 의혹, '팔선녀' 비선 모임 등은 "처음 듣는 말이다"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국정개입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 대부분을 부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당장 귀국할 수 없다고도 했다. 

 최씨는 자신의 근황을 묻자 "오늘도 약을 먹고 죽을 수 있다.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지금 너무 지쳤다. 여기(독일)에서 우리가 살고자 했는데 기자들이 와 우리를 범죄자로 만들어놨다"고 주장했다.

 독일 집 구입 경위에 대해서는 "딸이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고 최악의 상황에서 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논란을 제기하니까 더 이상 한국에 있을 수가 없어 장기 체류 목적으로 온 것"이라면서 "집이 필요해 정식 절차를 거쳐 구입자금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계획에 대해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서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 딸이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은 들어갈 수 없다"면서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대통령 위한다면 빨리 귀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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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는 10월27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이 당장 국내에 자진해서 들어 올 생각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들이 큰 충격에 빠져 있는데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해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최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당장 귀국할 상황이 아니라고 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 대변인은 최씨가 사용하던 태블릿 PC의 명의가 현재 청와대 미래수석실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는 김한수 선임행정관이 대표로 있었던 '마레이컴퍼니'라는 법인으로 돼 있다는 JTBC 보도에 대해서는 "그게 대선 때 이뤄진 것 같은데 확인을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야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권 잠룡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씨가 자신의 국정농단 행위 일체를 발뺌한 데 대해, "최순실씨의 언론 인터뷰를 봤는데 많은 부분이 믿기 어려웠다"고 질타했다. 남 지사는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위해서도 빨리 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선 최순실 사건 관련) 보도를 다 믿는다면 국가시스템이 무너졌다고 봐야 된다. 믿고 싶지 않지만 정황을 보면 사실로 보이는 것들이 많다"며 "최순실씨가 오늘 아침에 언론 인터뷰를 했던데, 빨리 귀국시켜야 한다"고 최씨를 압박했다.

 이어 "특히 특검에 대한 합의가 된 상황이다. 지금은 정말 속도가 생명"이라며 "빨리 여야가 특검으로 최순실씨를 조사하고, 그래서 진상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첫 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대통령을 위해서도 최씨가 빨리 와야 한다"며 "본인의 말에 따르면 지금 다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인데, 조사를 받고 의혹을 설명해야 된다. 지금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을 믿을 국민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수사 기관에 의한 강제 송환에 대해서는 "법 절차를 거치게 되면 굉장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니까 본인이 자진해서 들어오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를 질타했다. 박 의원은 "최 씨가 언론에 버젓이 나와서 인터뷰까지 하는데 우리나라 수사당국은 뭘 하고 있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이건 사실상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검찰이 정말 모르는 것이냐, 아니면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있느냐'는 질문에 "두 번째가 아니겠느냐"며 조속히 강제송환 후 구속수사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최 씨의 인터뷰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인정한 1분 45초 내에서만 최 씨도 인정을 했다"며 "나머지는 전부 부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오랫동안 (끌다가), 고발된 지 한 달 만에 수사에 착수했다"며 "다른 일 같았다면 과연 이렇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아울러 자신이 2년 전 국회 운영위에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 의혹을 추궁했던 데 대해서는 "현직 (이원종) 비서실장은 아마 당시 그 상황을 몰랐을 것"이라며 "당시 서류뭉치들이 최순실 씨에게 전해졌다는 게 여러 군데에서 증언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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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만에…검찰 뒷북수사 질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왜 대한민국 국정원과 검찰은 소재도 파악 못하냐. 정 안되면 개라도 풀어서 추적해야 할 상황이 아니냐"고 검찰을 질타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뒤 "하루빨리 최순실-차은택 씨의 신병확보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특검법 구성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찰이 할 일은 이들 신병에 대한 최소한의 증거물 확보"라며 "이들이 20일간 증거인멸을 하고 있는데 검찰은 도대체 뭐하냐. 이제와서 압수수색을 하면 뭘 하느냐"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증거를 다 없앴는데, 진짜 개라도 풀어야할 정도의 상황"이라며 "진실을 밝히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최 씨와 차 씨의 신병확보다. 국정원이 최 씨를 어떻게 도와주는지 말했는데, 왜 신병확보를 못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최씨가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개입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주술적 예언에 현혹돼 남북 문제와 외교문제를 펼쳤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개탄했다.

 우 원내대표는 "최 씨는 '2년안에 북한이 붕괴한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며 "최 씨가 그저 옷이나 좀 골라드리고, 청담동 보석 좀 갖다바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통일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까지 최 씨가 개입했다는 보도에 저는 정말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술적인 예언은 과학적, 합리적 분석에 기반한 정책 판단을 해친다"며 "2년 안에 통일이 된다, 북한이 망한다는 최 씨의 예언 때문에 (박 대통령이) 지금의 대북강경책을 폈다면, 이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한민국이 주술적 예언에 사로잡혀서 지금까지 외교안보정책이 흘러왔다면, 외교부와 통일부가 주술적인 예언을 실행하는 부서였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엉망인 나라"라며 "정말 믿고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JTBC는 최 씨가 남북 군사관련 극비사항 뿐 아니라 한일회담을 앞둔 우리정부의 외교전략 보고서까지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최순실 PC'에서 발견된 문건 중에는 한일 회담에 관련된 외교문서가 있었고, 최 씨는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2013년 1월4일 한일 회담을 9시간 앞두고 이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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