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된 첫 현직 대통령, 박근혜

등록 2016-11-28 15:00:00   최종수정 2016-12-30 1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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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후 인사하고 있다. 2016.11.0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예지 기자 =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는 11월20일 최순실(60)씨,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일괄 구속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이들과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이날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고 앞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피의자 신분의 현직 대통령이 됐다.

 ◇지시·지휘 정황 사실상 ‘주범’  

 박 대통령은 구속기소된 피고인들과 공모관계에 있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들의 공소장 곳곳엔 박 대통령이 단순 공범이 아닌 ‘주범’에 가까운 지시와 지휘를 한 정황이 담겼다. 최씨에 대한 공소장이 '박근혜 공소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박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거나,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등의 표현이 반복되며 검찰의 칼날은 사실상 박 대통령을 가리켰다. 

 우선 이날 기소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의 발단이자 핵심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강제 출연 혐의의 기획자로 보인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류 확산 스포츠인재 양성 등 문화·스포츠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미르재단법인의 설립을 추진하되, 재단법인의 재산은 전경련 소속 회원사업체 기업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할 계획을 세운다.

 이에 같은 달 20일께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그 회장들에게 연락해 일정을 잡으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다.

 대기업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문화,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적극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안 전 수석에게는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했다.

 그 무렵 최씨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는다. 이렇게 최씨는 재단에 자신의 사람들을 앉히고 장악을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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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6.11.20.   photo@newsis.com
 이에 최씨의 범행을 애초 박 대통령이 큰 틀에서 기획했다고 검찰은 의심하는 것이다.

 재단 의혹 뿐 아니라 최씨의 회사, 최씨 지인들의 회사가 일감을 수주받는 데 박 대통령이 직접 도움을 준 정황도 드러났다.

 최씨가 설립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자동차 그룹의 광고를 수주받기 전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 회사소개 자료를 건네받은 뒤 이를 현대자동차 측에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과의 면담 뒤에 “플레이그라운드는 아주 유능한 회사로 미르재단 일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기업 총수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니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말을 안 전 수석에게 했다.

 이렇게 플레이그라운드는 현대자동차의 70억 상당의 광고를 수주받게 된다.

 이외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역시 대통령이 지시를 해 공무상 비밀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이 최씨에게 이메일 또는 인편으로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 전까지 뇌물죄 수사에 집중

 최씨 등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제 재단 강제 출연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쏟고 있다. 기업들이 청와대 측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면 박 대통령과 최씨 등에게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최씨 등의 공소장에는 기업들이 대통령의 요구를 따른 이유를 “대통령의 직권에 두려움을 느껴”, “대통령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라고만 명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민원 등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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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검찰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2016.11.23. suncho21@newsis.com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과 지난 2월 롯데그룹과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했다. 이후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 기금 출연이 이어지며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오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우선, 검찰은 삼성과 롯데, SK 등이 대가성을 가지고 재단에 출연금을 냈는지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11월23일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또 지난 24일엔 롯데그룹과 SK그룹,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삼성은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낸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과 최씨의 딸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찬성표를 던졌고, 이후 590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은 면세점 사업 선정 대가로 재단에 출연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롯데그룹 수사를 진행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로부터 롯데면세점 관련 수사 자료를 넘겨받았다. 이 자료에는 롯데그룹 고위 임원이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만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별검사 도입 이전까지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 기업들의 부정한 청탁 여부를 밝혀내 제3자뇌물수수죄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기한을 11월29일까지로 못박아 요청해둔 상태다.

 yeji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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