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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다시 뜨거워지는 '성조기 화형' 논란 …트럼프 "시민권 박탈" 주장

등록 2016-12-04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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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 AP/뉴시스】 7월 20일 공화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날 클리블랜드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려다  경찰관들에게 연행되는 그레고리 존슨의 모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29일(현지시간) 앞으로 성조기를 불태우면 투옥, 시민권 박탈등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는 30년전에 이미 대법원에서 금지된 처벌이며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2016.11.30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월  29일 트위터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사람들은 감옥에 보내거나 시민권을 박탈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쟁이 벌어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성조기를 불태울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시민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 대법원이 오래 전 국기를 불태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고 결정했다며 이같은 행위로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내각 인선 작업에 돌입한 트럼프가 성조기를 훼손하는 사람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지지 기반인 백인 증산층 노동자들을 결집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으로 확산된 성조기 훼손 처벌 논쟁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은 대체로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은 수정 헌법 1조에 의해 보호받는 행위라며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나는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를 지지하지도 않으며 타당하지도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나는 수정 헌법 1조를 존중한다"며 "내가 사는 구역에서 사람들은 국기를 명예롭게 여기며 불태우지도 않는다. 국기를 태우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의 주장에 조금 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정치매체 더힐이 전했다.

 티파티 소속으로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 의원들의 모임 '하우스 프리덤 코커스(House Freedom Caucus)'의 일원인 저스틴 아마시(공화·미시간)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그 누구도 미국 국기를 불태워서는 안 되지만 우리의 헌법은 그런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어떤 대통령도 수정 헌법 1조를 불태울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무슨 의도로 이 같은 트윗을 올렸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가 지난 29일 성조기 훼손자 처벌 필요성을 주장하는 트위터 글을 올렸을 때와 비슷한 시간대에 폭스뉴스에서는 대선 이틀 뒤 햄프셔 대학 학생들이 트럼프 승리에 항의하며 성조기를 불태우는 장면이 방영됐다.

 트럼프 인수위원회 대변인 제이슨 밀러는 "국기를 불태우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성조기 훼손 처벌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헌법 개정안 번번이 의회 문턱에 막혀

 성조기 훼손자를 처벌하는 헌법 개정안은 2006년을 포함해 과거 7차례 하원에서 발의됐으나 모두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2006년 상원에서는 헌법 개정에 필요한 전체 의석 3분의 2에 한 표가 부족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를 비롯해 3명의 공화당 의원 만이 헌정개정 반대표를 던졌다.

 2000년에도 국기 훼손자를 처벌하는 헌법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4표가 부족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5년에도에 데이비드 비터(공화·루이지애나) 상원의원과 스티브 워맥 하원의원(공화·애리조나)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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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버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에서 유세 연설을 마친 후 성조기를 포옹하는 듯한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2016.11.07
 2006년에는 상원에서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령을 상정했으나 찬성 64 반대 36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처벌 법안에 찬성했다.

 미국 대법원은 1989년과 1990년 2차례에 걸쳐 5대4로 헌법 수정 1조는 표현의 자유라는 수단의 하나로 국기를 불태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 여론도 찬반 갈려

 성조기를 불태우는 사람을 처벌할지에 대해 미국인들의 견해는 양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는 '미끄러운 경사면'과 같다며 함부로 이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006년 한 매체 기고문에서 "어떤 스피치도 수정 헌법 1조를 멋대로 손질할 만큼 추악하지는 않다"며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에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러나 수정 헌법 1조 수정을 요구하는 사람은 나라에 큰 위협이 된다"라고 밝혔다.  매코널은 지난 11월 29일에도 트럼프의 트윗과 관련해 "미국은 불쾌한 연설도 용인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반면 다이앤 파인스타인(공화·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는 정치적 표현이라기보다 불법인 국가 기념물을 훼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2006년 헌법 개정에 찬성했던 파인스타인 의원은 "나는 연설과 국가가 갖고 있는 의미는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과 2015년 헌법 개정을 발의한 피트 세션스(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은 "나는 우리의 국기가 정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미국 국기를 존중하지 않거나 정치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반드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기를 불태울 수 있는 권리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은 대체적으로 트럼프의 트윗에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의 주장을 계기로) 헌법을 개정하려는 즉각적인 시도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인스타인 의원도 "또 다시 의회에서 투표를 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관련 법안을 발의하려는 즉각적인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워맥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트윗을 계기로 이를 다시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워맥 의원은 “백악관에 친구를 두게 되면 국가적 상징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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