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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판도라', 부디 "상자 잘 열었다"는 말 나오기를…

등록 2016-12-06 06:50:10   최종수정 2017-01-09 10: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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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대한민국에서는 현재 원자력 발전소 24기가 가동 중이다. 여기에 앞으로 10기가 추가로 건설된다. 가히 '원전 대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 나라에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정도는 어떨까.

 솔직히 이따금 무슨 계가가 생겼을 때 챙겨 가질 정도로 관심 밖의 일이다. 멀리 1986년 구(舊)소련 체르노빌, 가까이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등에서 원전 폭발사고를 겪었을 때 바싹 달아올랐지만 남의 나라 얘기이기에 곧 잊고 넘어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지난 10월 경북 경주시 일대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 이어지자 동남권에 밀집한 원전 안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진이 멈추고 뒤미처 등장한 '최순실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원전 안전 문제는 우리 뇌리 저편으로 다시 사라졌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오는 7일 '판도라의 상자'가 마침내 열린다. 원자력 발전소 안전 문제를 우리 일처럼 생각하게 만들 일이 드디어 벌어진다.

 김남길 주연 '판도라'(감독 박정우)다. 바로 국내에서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가정한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다.

 간략한 스토리는 이렇다.

 "어느 날 진도 6.5 강진이 40년 노후 원전인 '한별 1호기'가 있는 한국 동남권의 한 마을을 강타한다. 이로 인해 원전 배관에서 냉각수가 새면서 원자로 내부에 수소가 가득 차면서 폭발이 일어난다.

 정부는 혼란을 우려해 사고 발생 사실을 숨긴 채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사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사능 유출에 대한 공포로 대한민국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청와대와 정부가 어쩔 줄 모르고 '기적'만을 바라고 있을 때 원자로 바로 옆 사용 후 핵연료 보관소에서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2차 폭발 사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발전소 하청업체 직원인 ‘재혁’(김남길)과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길섭'(김대명), '발전소장'(정진영) 등이 이를 막기 위해 사지로 뛰어든다."

 박정우 감독은 4년 전 후쿠시마 사고를 모티브로 이 영화를 기획하고 집필과 연출을 도맡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실제 제작될 수 있을지 그 스스로 의문을 가졌다 한다.

 왜일까. 다른 것도 아니고 원전 폭발을 다른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에도 나오듯 한국은 원전 덕에 지금처럼 전기를 저렴하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후쿠오카 사태 이후 일본인이 겪은 제한 송전의 고통이 그런 사실을 반증한다. 그만큼 원전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됐다.

 그런데 원전에서 만일이라도 폭발 사고가 나면 그 피해 정도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이미 목격한 그대로다.

 게다가 국내는 원전이 밀집한 곳이 380만 인구와 산업시설 등으로 가득한 동남권,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이다. 행여 그런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일대는 삽시간에 '지옥'으로 변하고 국내 경제는 파괴돼 재기 불능 상황에 부닥친다.

 2009년 재난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에서 부산을 강타한 초대형 쓰나미나 박 감독의 전작인 2012년 재난영화 '연가시'의 바이러스 창궐 피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일 것이다. 아무리 '허구'라 해도 다루기 만만찮은 소재일 수밖에 없다.

 '원전이 위치한 지역에 강진이 일어나 사건이 시작한다'는 영화 속 설정은 최근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목받는 원전 위험성과 맥을 같이 해 더욱 그렇다.

 총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가 '해운대'처럼 1132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대박을 터뜨릴지, 손익분기점인 500만 명도 채 달성하지 못 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개봉한 뒤에 적잖이 논란을 야기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논란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해 정부와 (영화에서 '대한수력원자력'이라 표현된)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기관의 경각심을 높여주고 안전 문제를 재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판도라의 상자를 제대로 연 것이다.

 그러나, 그냥 국민에게 막연한 공포심만 심어주고 반핵 활동가들의 대안 없는 주의 주장만 난무하게 하는 데 그친다면 상자를 그냥 둔 채 궁금해하며 침만 삼키는 것만도 못 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가 책임 있게 만들어졌다는 믿음으로 정부와 관계기관 인사들에게 이 영화가 개봉하는 즉시 관람할 것을 권한다.

 후쿠오카 원전과 국내 원전이 원자로 냉각 방식부터 180도 다르다는 사실 등을 알리는 데 이만큼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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