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정책포럼, '위기의 대한민국, 이렇게 바꾸자' 통해 국가 개조 청사진 제시
이 책은 '공동체 자유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 1996년 출범한 이 포럼에 참여하는 국내 석학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어떻게 해야 하나?'를 두고 수년간 치열하게 고민해온 결과물이다. 이들은 포럼 창립 20주년이던 지난해 대한민국을 바꿔놓을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로 결의하고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집필을 맡아 이를 집대성했다. 안민포럼은 서문에서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운을 뗀다. 이어 "국가 주도 발전으로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구가했지만, 압축 성장 후유증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쓸렸다"고 지적하고 "대한민국은 빈부 격차, 환경 파괴, 공동체 붕괴 등의 몸살을 앓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문제 해결의 방향 설정조차 힘들어하는 형국이다"고 국내 현실에 우려를 나타낸다. 또한 "자본주의도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국내외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전 세계가 중산층 붕괴와 청년실업으로 고통스러워하고, 각종 양극화 현상으로 사회통합이 도전받고 있다.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등장하여 미국은 보호주의 강화를 예고하고, 북핵 위기 심화로 중국 역시 경제뿐 아니라 외교, 안보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고 2017년 한국이 처한 대외 현실을 짚는다. 그뿐만 아니다. "여건도 어렵다. 세계 경제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경제가 어려워도 세계 경제가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요 수출국이었던 중국 경제마저 침체 조짐이 보이면서 오히려 주요 산업의 경쟁자로 부상하는 실정이다"고 직시한다. 안민포럼은 "이제는 세계 경제의 도움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버텨야 하는 여건인데 우리 정치권은 민생보다 정파 이익 다툼에 몰두한다. 경제가 침체하는 만큼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쌓여만 간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각종 이익 집단의 반대로 책상에 올리지도 못한다. 그나마 반쪽짜리 대책도 정파 다툼의 희생물로 폐기되든지, 실행하나 마나 하는 알맹이 없는 대책이 된다. 단기적 인기 영합 대책에 아까운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정부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만큼 문제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재탕 삼탕의 인기 영합의 선거 공약은 후손에게 더 큰 문제를 남길 뿐이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패러다임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소속 학자들의 냉철한 현실 분석에 기반을 둔 고언을 내놓는다. 제1장 '공공선과 사회통합 위한 변화는 가능하다'에서 포럼 박우규(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 고문·경제학 박사) 이사장은 "공공선이 사익 추구의 희생물이 되고, 사회통합이 위협받는 상황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또한 "고통스럽지만, 우리의 문제 해결 방식, 즉 공동선을 위해 협력과 사회통합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지속적인 발전이 어렵다"고 충고한다. 제2장 '공공성과 문제 해결 능력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에서 박명호(동국대 외교행정학부 교수) 거버넌스 분과 위원장은 "독점의 정치를 끝내고 협의제 민주주의 정착이 시급하다. 정치권이 무게 있게 받아들여 주길 소망한다"며 "특히 국회 선진화법 개정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정당의 경우 일인 사유화 정당에서 벗어나 민생의 삶을 대변하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3장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해야'에서 신석하(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성장 전략 분과 위원장은 "성장 전략 궤도수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뉴 노멀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더 이상 정부 주도 전략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면서 "특히 정책금융 축소와 정규·비정규직의 이중적 노동시장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제4장 '정부 주도와 관료적 단기 실적주의를 극복해야'에서 조성봉(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 제도 분과 위원장은 "정부 주도 관치 경제와 지나친 단기 실적주의의가 여전히 문제다. 이런 단기 실적주의는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금융과 교육에까지 폭넓게 뿌리내려 창의력과 자율성을 크게 해쳐 책임자의 임기와 평가시스템에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현재 전반적인 국가 인센티브구조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고시나 채용제도 등도 이런 차원에서 다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제5장 '행복과 효율을 위해 사회적 거품을 걷어내야'에서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문화 분과 위원장은 "압축 성장 과정에서 배태된 기대의 홍수, 즉 사회적 거품은 이제 사회적 덫이 됐다"고 잘라 말한다. 한 교수는 "오늘날 과도한 자녀의 교육비,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과도한 충성심을 비롯해 정치와 정책에서 포퓰리즘의 남발 등이 대표적인 사회적 거품으로서 오히려 비효율과 낭비를 발생한다. 과잉경쟁에 따른 피로 현상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며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평가를 줄이고 능력과 성과 본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해답을 내놓는다. 제6장 '북핵 위기와 G2 시대의 외교 안보 전략'에서 박인휘(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외교통일분과 위원장은 "미·중 강대국 사이에서의 외교와 대북정책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양국 이해 사이에서 소통과 협력 구도를 만들어 내는 역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것이 실용적 균형정책이다"고 정의한다. 이어 "대북 정책에서도 비핵화를 위한 강경한 제재 정책을 취하되 다양한 외부 인사들이나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 기회를 확대해 가며 변화의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제7장 '국가 혁신, 성공하려면'에서 포럼 박진(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회장은 "개혁을 추진한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을 분석해보니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소통 능력이 개혁의 성패를 갈랐다"며 "국가 리더십과 운영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국가 운영에서도 지방 분권과 위임의 정치를 통해 자율성과 책무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민포럼은 이 보고서 출간을 두고 "부족하고 미완성이지만, 고민의 결실을 내놓게 됐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으나 급변하는 국내외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위급한 현실과 그 이유를 깊이 있게 짚으면서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해결책을 명쾌하게 설파한다.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그들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을 분명히 입증해 보이는 명저다. 안민정책포럼 안민정책연구원 저, 나남 간. 1만8000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