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00일]'매출 감소' 소상공인. 자영업자 보호대책 사실상 전무
서울 충무로에서 장어집을 운영하는 A씨가 한 말이다. 그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점심 시간에 식당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해당 식당에서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점심 특선 메뉴를 개발, 손님에게 판매를 하고 있다. 가격은 2만9000원에 맞췄다. 그런데도 왠일인지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손님은 이전과 비교해 30%에도 못미친다는 것이 업주의 설명이다. 기자가 방문했던 날도 저렴한 메뉴를 판매하는 다른 식당과는 달리 한산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A씨는 "원재료의 단가가 높은 식품을 판매하는 식당은 김영란법에 맞추기 위해 양을 줄일 수 밖에 없었고 예전에 제공했던 양을 알던 손님들이 실망감에 발길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직격탄은 골프장업계, 화훼업계에도 날아갔다. 골프장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국의 500여개 골프장(18홀 환산기준) 이용객은 전년 대비 5~7% 줄었다. 꽃 농가들은 경·조사 화환은 물론이고 승진 축하 등을 위해 전했던 축하 난도 사실상 전할 수 없어 큰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특수는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예년의 경우 12월 초가 되면 대형식당과 호텔 연회장 등의 송년회 예약이 대부분 찼는데, 지난해는 예약률이 20~30%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기사 A씨는 "예년만 해도 12월이 되면 광화문, 종로, 명동, 여의도, 홍대 등에서는 심야시간에 술에 취해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쏟아졌는데 최근에는 밤에 택시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어려워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내놓은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대책은 전무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내놓은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살펴보면 소상공인들이 창업을 한 뒤 사업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높여 최대한 망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소상공인 창업 대학 등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소상공인들이 영업을 함에 있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카드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소상공인 협동조합 설립을 확대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골목상권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전통시장 권리금 실태조사 등을 거쳐 전통시장 내 상가 임대차 권리보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부분의 방안이 기존에 시행하고 있던 제도를 보안하는 데 그치고 있어 소상공인들이 제도적 개선에 따른 혜택을 얼마나 입을 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에서는 김영란법 개정을 다시 공론화해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청탁금지법 시행령 만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론화 하는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치환경이 이렇게 어렵고, 지난 9월 청탁금지법이 발효 돼 소상공인들의 (상태는) 심각할 정도"라며 "폐업하는 업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도만 시행할 것이 아니라 모니터링을 잘하고 부작용을 살펴서 해야겠다"며 "3년 만이라도 위기의 시간을 벗어났으면 좋겠다. 사회 공론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 비즈니스 활성화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상공인들은 매출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주요 원인으로 김영란법 시행을 꼽고 있어 그 동안 우려했던 결과가 나타났다.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