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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밥 먹여주는 시대…'화가의 통찰'

등록 2017-01-31 14:09:53   최종수정 2017-02-07 10: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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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화가의 통찰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미술사 불멸의 존재가 된 거장 피카소와 고흐. 두 화가의 인생은 극적이라 할 만큼 달랐다

 고흐는 철저하게 가난했고 고독했다.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평생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1889년에는 생레미의 어느 정신병원에 들어갔고, 1890년 7월 27일에 삶과 작품에 대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았다. 바로 죽지는 않았지만 총상은 치명적이었고,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 심하게 앓던 끝에 이틀 뒤 37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반면 피카소는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20대에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현대 미술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피카소는 백만장자로 살다가 92세에 억만장자로 사망했다.

 두 천재화가의 삶은 왜 이렇게 달랐을까?

 '화가의 통찰법'의 저자 정인호는 "큰 원인은 세상과의 소통에 있었다"고 지적한다.

  "고흐와 피카소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창의성을 발휘했다. 그러나 기존의 방식과 틀을 깬다는 것은 초기 저항을 받게 마련이다. 자신의 독창성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상과 소통하며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자신의 독창성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세일즈해야 한다."

 그러나 고흐는 극도로 폐쇄적인 인물이었다. 가까운 사람들과도 쉽게 소통하지 못하며 철저하게 자신만의 세상을 살았다. 그도 인정받고 싶었고, 자신의 그림을 팔고 싶었다. 하지만 남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고갱과의 불화다.

 1888년 고흐는 프랑스 남부 아를로 이주하여 그곳에 화가 공동체를 만들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는 예전에 파리에서 만난 적 있는 고갱에게 편지를 보내 아를에서 함께 작업할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개성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고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날카로운 면도칼로 자신의 귀를 자르는 사건으로 파국을 맞았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도 소통이 어려웠던 고흐와 달리 피카소는 매우 사교적이었다.

 젊어서부터 영향력 있는 미술계 인사들과 어울렸고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피카소 역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지만 피카소는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자신의 난해하고 추상적인 그림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세일즈했다.

 "그것이 고흐와 피카소의 가장 큰 차이였다. 실로 피카소의 인맥은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몰락했긴 했지만 어쨌든 그의 부모는 귀족 가문 출신이었기에 학계와 예술계에 폭넓은 인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피카소의 인맥은 한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정도다. 피카소는 매우 사교적이었고 관계지향적이었다. 피카소의 작품이 고흐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일상에서 사람들과 관계하고 소통하며 작품에 대해 지속적인 세일즈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양미술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화가들이 보여준 예술적 사유와 상상력, 창의력의 정수를 오늘날의 비즈니스에 ‘개입’시켜 화가들의 얻은 통찰이 비즈니스 현장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

 경영학 박사이자 컨설턴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피카소를 비롯해 고갱, 고흐, 마네, 폴 세잔, 벨라스케스,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등 서양미술사를 주름잡았던 화가들의 명작들을 분석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을 추구해야 할 기업들에 피카소의 작품활동은 어떤 성찰을 주는가? 라파엘로나 브랑쿠시처럼 본질을 꿰뚫는 관찰을 하려면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70여 점의 작품을 탄생비화와 함께 소개하고, 이들 그림에서 기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시사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기업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예컨대 애플의 신제품 출시과정에는 이른바 ‘피카소 방식’이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의 '황소' 연작은 황소를 1개월 동안 꾸준히 관찰하고 단순화한 과정을 보여준다. 본질만 남기려는 시도 끝에 피카소는 10개 남짓의 단순한 선만으로 황소를 표현하는 데 성공한다.

 애플TV의 리모컨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리모컨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 3개의 버튼만 남긴 것. 무려 78개의 버튼이 빼곡히 들어찬 구글TV의 리모컨과 비교해보면 ‘피카소 방식’의 강력함을 실감할 수 있다.

 '예술이 밥먹여 주냐'고? 이제 예술이 밥먹여주는 시대다. 멈추지 않는 발견과 상상으로 자신만의 광대한 세계를 개척한 화가들의 예술혼을 경영학적 시선과 함께 만나볼수 있다. 284쪽, 도서출판북스톤,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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