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재' 부른 안전불감증③]전문가들 "안전 불감증을 없애려면…"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사건을 예로 들면 1차 원인은 용단 작업에 의한 발화이고, 2차 원인은 발화가 됐을 때 스프링클러, 연기감지기 등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대형건물 설계에서 안전 개념이 매우 미약하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건축 설계를 하면서 공간 활용만 계획할 뿐 안전 개념은 거의 적용하지 않다시피 한다. 예를 들면 만일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안에 있는 분들이 대피할 수 있는 대피 경로 같은 안전시설이 설계 기본계획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복도가 길면 반드시 양쪽에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한쪽에만 있다. 안전 개념은 왜 없을까. 관련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정부 공무원들은 책상 앞에만 앉아 있어 현장 인식이 거의 없고, 건물주·작업자·상인·고객 모두 그런 제약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문제로 삼기 때문이다. 모두가 합작해서 그런 문제의 원인을 만들고 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 안전사고에 책임지지 않는 문화가 대형 인재(人災)를 유발한다. 사고 책임자 처벌 수위를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 영국은 2008년부터 '기업살인법'을 적용해 매출의 2배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3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보니 안전을 소홀히 해서 얻게 되는 편익이 처벌로 인한 부담보다 훨씬 커서 누구나 안전문제에 소홀해지고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 예를 들어 어린이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한국은 부과되는 범칙금이 3만원에 불과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범칙금 400달러(약 46만원)에 안전 교육까지 받게 한다. 규제와 처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규제·처벌과 동시에 안전 교육과 홍보, 제도 구축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세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안전 불감증이 해소하고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 ◇김정동 연세대 교수 = 재난 보험 제도 개선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 보상에 정부재정 투입이 여전해 재난을 발생시키는 데 대한 책임감이 약화하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의무보험이 거의 없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이 폭넓게 자리 잡고 소송 제도가 발달했다. (어떤 사고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 나면 사고 당사자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지므로 보험 가입을 안 할 수 없다. 사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계약상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철저하게 묻기 때문에 각종 거래나 계약할 때 보험가입을 요구하는 관행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피해를 보상해주는 경우가 없어 자신의 위험 회피를 위해 보험 가입을 한다. 이처럼 경각심을 갖는다면 안전불감증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