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치는 사회②]역술인 백운산 "타고난 운명, 얼마든지 바꾼다"
개인마다 정해진 운명이 있는 것일까. 운명론에 관한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75) 회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백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주팔자를 '10'으로 봤을 때, 어머니 뱃속에 잉태됐을 때 '7'이 정해지고, 나머지 '3'은 자기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며 "선한 마음으로 죄를 짓지 않고, 노력하는 삶을 살면 운명과 인생이 바뀐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 마음을 다스리는 종교, 바른길로 가기 위한 실천적 노력이 전제조건임을 강조한 것이다. 증조부부터 자신에게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역술 가문'의 대를 이어오고 있는 백 회장에게 역술은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다. 그는 단순히 역술가가 아니라 자신을 찾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내실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보듬어주면서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삶의 해답을 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중요한 일이 생겼거나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조언과 응원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0년 한 일간지에 '백운산의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면서 세상의 이름을 알렸다. 그간 정점에 있는 권력층과 가장 밑바닥 사람들까지 모두 만난 백 회장은 역술인으로서 지난 50여 년의 소회를 담담히 풀어냈다. 그가 꺼낸 낡고 낡은 사진첩에는 그의 지난 흔적들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저마다 사연 있는 인생 이야기도 켜켜이 품고 있었다. 백 회장은 "처음에 역학을 공부하면서 왜 시작했나 후회도 많이 했다"며 "50년 전만 해도 역술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학, 공기업, 언론사 국정원 등에서 역학을 강의할 정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968년 창립한 한국역술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회원 수가 4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역술인 단체 수장이다. 또 한국역리학회 중앙회장을 비롯해 한국역학대학철학학원 원장, 역술협회 기관지인 한국역리뉴스 회장 등을 겸하고 있다. 일흔다섯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백 회장은 특히 대한민국 역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열린 세계역학대회 종신 명예회장직을 맡아 직접 발로 뛰었다. 이는 역학에 관한 인식 개선을 위함이다. 부처님처럼 두툼하고 길게 늘어진 귓불을 지닌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을 찾아온 안타까운 사람들에게는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린다.
그러면서 "살기 위한 본능적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것인데 비록 사주가 좋지 않더라도 3개월만 지나면 기회가 생긴다거나 1년만 지나면 대운이 들어온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게 된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켜켜이 묻어놨던 일화를 풀어냈다. "한 번은 절박한 상황에서 목숨마저 스스로 끊으려고 했던 노숙자가 찾아와 사주를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좋은 사주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보여 조금만 참고 노력하면 운이 들어온다고 말해줬죠. 어느 날 개인택시를 탔는데, 그 친구가 운전하고 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기쁜 마음에 택시비를 더 낸 적이 있었답니다." 그에게 기자는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아무리 그래도 무당과 역술인 모두 비과학적이고 미신에 가깝지 않습니까." 그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역학(易學)은 미신이 아니라 통계학"이라며 "무당은 신(神)의 도움으로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사람이고, 역의 이치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역술인과는 다르다“고 대답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점을 맹신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회장은 "사주와 관상, 성명, 손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70~80%까지 예측할 수 있다"며 "같은 사주라도 관상이나 손금에 따라서 운명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삶이 한없이 힘들고 참담할 때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유된다"면서 "점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건 금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