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치는 사회④]'맹신은 금물'…占 사용 설명서
까놓고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미래를 알면 정말 운명이 바뀔까요. 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각설하고, 결론적으로 해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명쾌한 답변도, 변명도 딱히 할 수 없습니다. 미리 말하자면 2주간 공들인 취재를 하고도 딱 부러진 결론을 못 내리겠습니다. 직접 겪고, 판단해야 합니다. 독자 판단에 맡기는 것이 독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판단에 앞서 점에 관한 일종의 설명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몇 자 적습니다. 점이 독인지 약인지 아직도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점이 불확실한 미래를 비춰 준다고 해서 맹신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이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주의사항입니다. 설명서를 읽어보지 않고, 대충 감으로 점을 보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나 사주는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역술인 6명 모두 입을 모았습니다. 사주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태어날 때 결정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심정으로 노력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답니다. 역술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살며 때를 기다리면 운기를 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생의 기회도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이 새삼스럽습니다. ◇무속인과 역술인, 둘 다 '점쟁이'라고 무속인과 역술인은 사람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때 무당과 역술인 모두 싸잡아 '점쟁이'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무당은 신령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주관하는 사람입니다. 역술가는 해와 달의 운행과 사람의 운명 사이의 관계를 예측하는 사람입니다. 유교 경전의 하나인 주역을 바탕으로 사람의 운명을 점칩니다. 무속인은 신기(神氣)에 따라, 역술인은 명리학에 근거해 예측합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조롱하면서 무속인과 역술인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폄하되기도 했습니다. ◇굿·부적 강요 '사이비 무당' 툭하면 푸닥거리해야 한다며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사기 행각이 종종 사회면을 장식합니다. 굿이나 부적을 강요하거나 말도 안 되는 무리한 금액을 요구하면 굿도 할 줄 모르는 이른바 '사이비 무당'입니다. 실제 정식 교육까지 받은 무당들은 굿이나 부적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계속 겁만 주고 당장 무슨 일이 날 것처럼 읍소하는 무당이라면 사이비입니다. 만약 굿이나 부적을 강요한다면 점집 문을 박차고 나오면 됩니다. ◇굿·부적 효험 없어도 사기죄 성립 안 돼 지난해 "굿이나 부적에 효험이 없어도 무속인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굿은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당시 검찰은 굿 값을 받고도 굿을 하지 않은 무속인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 재판부는 "실제로 굿을 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굿은 논리보다 영혼이나 귀신 등 정신적 세계를 전제로 한 것으로 '효험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기망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무속인이 굿을 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음에도 굿 값만 챙긴 경우 사기죄가 성립됩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굿 값만 챙기고 실제 굿을 하지 않은 무속인에게 2년6개월 실형 선고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맹신은 금물'…점, 소통 수단 무속이나 역술이 미신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생년월일시만 내놓고, '한 번 맞혀봐라' 식으로 입을 닫으면 결국 자기만 손해입니다. 점 역시 사람과 사람의 소통 수단입니다. 너무 맹신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충분한 정보를 줘야 더 많은 점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막연한 질문보다는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속인이나 역술인에 따라 점괘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계하고 감추고 있으면 사람이나 신이나 신명날 리 없습니다. 좋지 않은 점괘라고 속상할 필요 없습니다. 한쪽 귀로 흘려버리면 그만입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