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강해서 슬펐다' 지친영웅 '로건'
울버린은 단 한 번도 스스로 영웅이 되고 싶어 한 적이 없다.'찰스 자비에'(프로페서X)는 엑스맨들을 모으려고 할 때마다 울버린, 그러니까 '로건'을 찾았다. 바에서 시가를 피우며 술을 마시고 있는 그에게 찰스가 말을 붙이면 항상 똑같이 말했다. "꺼져버려(Fuck off)." 로건은 자신의 능력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다. 이후 유능한 군인으로 살았으나 그 능력이 눈에 띄어 이번엔 연인을 먼저 보내야 했다. 로건의 힘은 그를 더 외롭게 했고,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외톨이가 됐다. 로건은 캐나다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는 강해서, 슬펐다. 영화 '로건'(감독 제임스 맨골드)의 배경은 2029년. 로건이 1832년생이니까, 그는 200년 가까이 살았다. 그에게 삶은 대부분 고통이었으리라. 그가 영웅으로 불린 시간은 짧았을테고, 그와 같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은 모두 죽었다. 그는 그가 사랑했던 어떤 것도 지키지 못했고, 원하던 세상도 만들지 못했다. 로건은 이제 도망자 신세다. 이때, 그가 그의 뼈를 대신한 최강 금속 아다만티움 중독 증세로 능력이 퇴화해 늙어가는 건 어쩌면 축복이다. 그도 이제 죽을 수 있다. 이 지긋지긋한 삶을 끝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죽으면 그만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이건 로건이 로라를 통해 '지독히도 불운한 돌연변이 울버린'을 구원하러 가는 여정이다. 이 여행은 단순히 로라를 돌연변이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캐나다의 '에덴'이라는 곳으로 데려가는 것만 뜻하지 않는다. 로건은 로라를 '다르지 않은 인간'으로 살게 하려 한다. 로건은 로라를 교육한다. 로라가 물건을 훔칠 때, 로라가 음식을 손으로 먹을 때, 그리고 로라가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일 때다. 로라는 "그들은 나쁜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로건은 이에 대해, "그래도 사람을 죽인 건 마찬가지"라며 로라를 가르친다.
로라를 에덴으로 보내기만하면 로건의 임무는 끝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에게는 한 가지 임무가 더 있다. '살인 기계'였던 그의 과거와 완전히 절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기꺼이 원작에 없던 설정을 가져왔다. 바로 울버린의 젊은 시절 모습을 한, 그러나 감정은 전혀 없는 살인기계 'X-24'('로라'는 X-23이며, 감정을 가졌다는 이유로 실패작 취급받는다). 다시 말해, 울버린의 마지막 살인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X-24)이다. 그래야만 그는 진정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 최소한 악몽에서만큼은 벗어날 수 있다.
20세기폭스와 맨골드 감독은 17년 동안 9편의 영화에서 활약한 우리의 울버린을 떠나보내며, 최대한 예의를 갖춰 장사(葬事)지냈다.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흥행을 위해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의 삶을 느끼게 해 결국 관객을 울린다. 이것은 배우 휴 잭맨(48)에 대한 감사 인사이기도 할 것이다. 31살에 울버린이 된 이 근육질 스타는 배우로서 전성기를 엑스맨을 위해 바쳤고, 이제 5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4년 전부터는 피부암 투병 중인 그는 로건처럼 나이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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