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스크리닝]점점 수위 높아지는 폭력 묘사…"감당할 수 있겠어요?"

등록 2017-03-28 09: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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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할리우드 영화 '로건'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건물 안에서 비명이 울려 퍼진 뒤 한 소녀가 나온다. 그의 손에 뭔가가 들려있다. 무표정한 소녀는 그 물건을 바닥에 던진다. 데굴데굴 구르는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머리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소녀는 자신을 잡으려고 달려드는 적들을 손과 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손과 발에서 나온 초강력 칼 '클로' 로 가차 없이 공격한다. 클로에 맞은 적은 팔과 다리, 몸통까지 단숨에 날아간다."

 "교도소 내부에 왕국을 건설한 재소자가 있다. 같은 재소자는 물론 교도관, 심지어 교도소장까지 그에게 허리를 굽힌다. 사회에서 폭력조직 보스도 아니었던 그가 교도소 안에서 '제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가공할 '깡' 덕으로 알려졌다. 싸울 때 무조건 우두머리를 무너뜨린다는 철학대로 과거 교도소에서 폭력조직 보스와 싸우면서 그의 눈알을 파먹어 버렸다는 '전설'과 함께다. 실제 그는 교도소 안에서 자신을 습격한 폭력조직원 중 한 명의 눈을 숟가락으로 파버린다.

 앞의 이야기는 할리우드 SF 액션 블록버스터 '로건'(감독 제임스 맨골드), 뒤의 이야기는 23일 막을 올린 국산 범죄 스릴러 '프리즌'(감독 나현)의 일부 내용이다.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 SF 액션 블록버스터와 범죄 스릴러 등 전혀 다른 두 영화가 가진 공통점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폭력성이다.

 실제 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살인 장면에서 대부분 눈을 감는다. 눈 감는 것으로 모자라 귀까지 막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두 영화는 모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잔인하지만 재미있다"는 것이 절대다수 관객의 평가다.

 덕분에 '로건'은 1일 개봉해 27일까지 약 216만 관객을 모으며 순항 중이고 '프리즌'은 22일 막을 올려 같은 날까지 약 138만 관객을 들이며 흥행하고 있다.  

 물론 두 영화는 허구다. 2029년이라 해도 손이나 발에서 클로가 나오는 사람('로건')도 없을 거니와 1995년이라 해도 교도소 안에서 그렇게 산 사람('프리즌')도 없다. 

 하지만 허구라고 모든 것을 용인할 수 있을까. 가장 큰 우려는 이런 영화의 범람이 '폭력에 둔감해지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다.

 근래 국내외에서 각종 충격적인 범죄를 일으킨 사람이 영화, TV 드라마, 게임 등 각종 대중 미디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허구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사람 역시 극소수라는 점이다. 그런 그들 중 일부 우발적인 경우를 빼놓고는 치밀하게 준비해 범죄를 자행하는 만큼 모방을 무시할 수 없다.

 관객의 공감을 얻기 위해 대중 미디어는 더욱 설득력 있고 개연성 높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나하나 공을 들인다. 그만한 범죄의 모범 답안이 어디 있겠는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해서 대중 미디어가 영향을 미치치 않았을 것이라고도 단정할 수 없다.

 사람의 우발 행동에는 잠재의식이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강렬한 인상을 받은 대중 미디어의 장면이나 설정을 기억 속에 잠재워놓고 있다 필요할 때 이를 꺼내 생각지도 못 했던 범죄를 저지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로건'에서 '울버린'(휴 잭맨)은 '소녀'에게 계속 "살인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려 하고, '프리즌'은 권선징악을 주제의식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혹시나 멀잖은 장래에 영화 '로건'이나 '프리즌을 모방했다고 고백하는 범죄자가 나타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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