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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마이클 키턴 눈빛으로 살아난 맥도날드…'파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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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4-20 08:49:31  |  수정 2017-11-15 14: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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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 영화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어설프게 뭉뚱그리지 않고,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파운더'(감독 존 리 핸콕)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 힘든 작품이다. 크게 보면 52세 평범한 세일즈맨 '레이 크록'(마이클 키턴)이 동네 햄버거 가게 '맥도날드'(McDonald)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기업으로 키운 신화를 담고 있지만, 그건 오히려 곁가지다. 존 리 행콕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이 거대한 성공의 빛과 그림자다. 이를테면 캐릭터보다는 서사가 입체적이어서 누가 어떤 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믹서기 외판원 레이 크록은 이상한 주문을 받는다. 캘리포니아의 맥도날드라는 햄버거 가게가 믹서기 8대를 주문한 것. 믹서기 여러 대를 동시에 돌릴 만큼 많은 양의 셰이크를 한번에 만들리 없다고 생각한 크록은 이 가게를 직접 보러 간다. 여기서 그의 눈을 끈 건 이 가게의 '스피디 시스템(speedee system)'. 30초 안에 주문한 햄버거가 나오는 혁신을 본 크록은 이 가게를 프랜차이즈화하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맥도날드 형제와 계약에 성공한 그는 맥도날드를 급속히 확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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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 영화
맥도날드가 세계 최대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된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파운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맥도날드 형제가 어떻게 스피디 시스템을 고안해냈는지를 풀어내는 장면은 압축적이고 경쾌하며 유머러스하다. 크록이 맥도날드를 확장해가는 이야기는 성공·실패·극복 3요소를 리듬감 있게 배치한 플롯 덕분에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더불어 크록과 맥도날드 형제를 비롯해 각자 다른 가치와 능력을 가진 생생한 캐릭터들이 정확한 시점에 등장해 자기 몫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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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 영화
평범한 영화라면 이 이야기를, 전성기가 지난 나이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해 성공을 쟁취한 남자가 주인공인 인간극장으로 끝맺겠지만, '파운더'는 아니다. 핸콕 감독은 성공의 이면도 함께 본다. 일례로 크록은 꿈·열정·비전때문에 그의 삶을 꾸준히 지지해온 아내를 버린다. 그리고서 그는 사업적 야망을 함께 품은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서 빼앗는다. 도덕적 판단보다 중요한 건 그의 꿈이 향한 곳이다. 영화가 115분 러닝타임 동안 도대체 그의 비전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그저 "전 제가 원하는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야 해요"라고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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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 영화
중요한 건 이 작품이 크록의 행태를 쉽게 판단하거나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태도는 '파운더'의 또 다른 서사인 크록과 맥도날드 형제의 대립에도 잘 드러난다. 크록은 이를테면 변혁을 꿈꾸는 진보주의자다. 반대로 맥도날드 형제는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다. 영화는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는다. 크록은 도전적이지만 위험하다. 형제는 안정적이지만 구태의연하다. 어쨌든 이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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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 영화
팽팽한 균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미국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온 자본주의에 의해 깨진다. 대량 생산·소비와 부동산 장사, 이에 따른 철저한 법논리는 맥도날드 형제를 무너뜨린다. 다시 말해 형제의 '순수한 장인 정신'은 크록의 '교활한 돈'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이 지점에서도 영화는 판단을 보류한다. 크록의 방식을 천민 자본주의라는 말로 쉽게 비난할 거라면 왜 맥도날드가 동네 맛집으로만 남아있어야 하는지 또한 함께 설명해야 한다. 그러니까 '파운더'는 맥도날드와 크록의 명암을 보여줄 뿐이다.

 실화를 앞뒤·좌우·위아래로 살피는 '파운더'의 방식은 맥도날드 실화를 단편적인 '비즈니스 성공 신화'나 '위인전'이 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여기에는 사람이 있다. 누구도 일방적으로 악하거나 선하지 않기에 이 작품에는 인간미가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문제점이 있지만, 이 체제에는 장점 또한 있다. 관객은 생각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크록을 사기꾼이라고 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맥도날드 형제를 겁쟁이라고 부를지 모른다. 누군가는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보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체제가 주는 기회에 솔깃할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 다면적 서사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결국 마이클 키턴이다. '버드맨'(2014)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60대 중반 배우의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은 마치 크록의 그것을 보는 것 같다. 요동치는 이야기를 키턴은 눈빛에 담는다. "당신이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압니다"라고 말하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과장되게 클로즈업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언제나 더 큰 성공을 향해 있는 그 눈빛이 바로 이 작품의 에너지원이자 설득력이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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