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사드 고난의 길' 계속된다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화장품, 식품, 패션업계 등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물론 국내기업들도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급격히 하락했다. 롯데스카이힐성주CC를 주한미군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한 후 중국으로부터 노골적 보복을 받고 있는 롯데는 사드 사태의 최대 피해자다. 금융권은 롯데쇼핑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20%대 감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는 중국 롯데마트 매장 99곳 중 75개점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자체적으로 임시휴업 상태에 있는 매장들도 있어 영업손실이 한 달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2월 공사가 중단된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도 상업시설 인허가 문제가 지연되며 공사 재개를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향후 롯데마트 중국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추가로 확대될 수 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롯데 측은 지금 같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연말까지 10개월 동안 영업 손실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세점 매출 격감 ‘초토화’ 중국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면세점들은 사실상 ‘초토화’ 됐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3월15일부터 전년 대비 1일 평균 매출이 약 30% 줄었고, 신세계면세점도 지난 3월부터 1일 매출이 전년 대비 15% 가량 줄었다. HDC신라면세점 역시 3월부터 1일 매출이 전달 대비 10% 이상 줄었다. 지난 3월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3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3.3% 급감했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동남아, 일본, 이슬람권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지만 좀처럼 상황이 좋아질 기미는 없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면세점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관세청은 신규면세점 영업 개시를 늦추고 특허수수료 분할납부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특허 심사를 통해 선정된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DF 등 신규 면세점 사업자는 영업 개시일을 늦출 수 있게 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은 사드 영향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면세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면세점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신규 면세점사업자의 영업개시일 연장을 추진하고, 특허수수료 납부기한 연장 및 분할납부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류’와 ‘K뷰티’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했던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업계 역시 심각한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명동과 국내 면세점을 꽉 채우고 화장품을 싹쓸이해가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추고, 최근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일본 등 다른 해외관광객들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37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국내 면세점 사업 매출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사업부문은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부문이었다. 아모레퍼시픽 국내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조1044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3% 감소한 2340억원에 그쳤다. 자회사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역시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이니스프리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1984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463억원에 머물렀다. 에뛰드 역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 성장한 813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29%나 줄어든 8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해외 관광객 유입 감소로 인해 면세 채널의 매출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재 중소기업들 역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국내 대표 속옷제조업체 쌍방울은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양선길 대표가 추진하던 중국 사업이 좌초위기에 빠지며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쌍방울은 2014년 중국 베이징에 영업법인을 추가 설립하고 로드숍 ‘트라이’ 1호점을 여는 등 공격적 경영을 해왔다. 2015년에는 중국 금성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쌍방울이 중국 기업들과 논의하던 사업들은 국내외 경제 환경 악영향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제주도에 설립된 금성그룹 관계법인 지분 30% 취득, 증대그룹과 중국내 한국관 오픈 등에 모두 브레이크가 걸렸다. ◇차기 정부에 일말의 기대 1분기에 실적 한파를 겪은 유통업계는 2분기에도 ‘고난의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봄철 반짝 소비가 늘고 있지만 유통업계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90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유통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반대다. 대한상의는 “전통적으로 이사, 입학, 관광 시즌인 2분기에는 내수소비가 늘기 때문에 긍정적 경기전망이 고개를 든다”며 “올해는 사드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국내외 정세불안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인해 유통업계 분위기가 어둡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특히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은 90을 기록해 부정적인 전망이 앞섰다. 대한상의는 “백화점들은 봄맞이 대규모 정기세일을 시작했지만 고객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며 “사드배치가 마무리되는 5~7월까지는 중국인 방문객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형마트는 전분기(79) 대비 3포인트 오른 82를 기록했으나 기준치를 넘지 못했다. 온라인 시장과의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마트를 방문하는 고객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업계상황이 반영됐다. 업계 관계자는 “5월 대통령 선거와 징검다리 연휴를 계기로 국내 소비심리가 반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사드영향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