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쓸 돈이 없다]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청년고용할당제' 민간 확대 약발 통할까
"중소기업 기피 현상 속 대기업 취업 준비생만 더 늘어날 것" 우려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지난달 청년실업률(15~29세)은 11.2%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들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당연히 쓸 돈이 없다. 설령 직장을 다녀도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급여나 복지로는 '시원한' 소비를 하기 어렵다. 청년들 사이에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3가지를 포기한)' 세대, 내 집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 꿈과 희망마저 내려놓은 '7포 세대'에 이어 모든 것을 포기한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자리잡은지 오래이며, 이젠 식상하기까지 하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후 가장 먼저 내린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인 까닭도 궁극적으로 청년실업의 심각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청년층의 실업률은 결혼, 출산과 연관성이 매우 높아 인구감소 등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체 고용 인력의 일정 비율을 15세부터 34세 이하 청년으로 하는 '청년고용의무할당제' 도입을 민간 대기업으로 확대할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2020년까지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공공부문은 현행 3%에서 5%로 확대하고, 민간기업은 300인 이상 3%, 500인 이상 4%, 1000인 이상 5%로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이행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거나 고용부담금을 부과할 계획까지 가졌다. 그러나 꼼꼼한 검토와 관련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정부는 지난 2013년 5월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이 정원의 3%를 청년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무 규정으로 변경해 2016년까지 한시 적용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절반 수준에 그쳤던 청년고용할당제 준수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이 의무 규정으로 변경된 후에 70%를 상회하며 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기대할 순 없다. 기본적으로 취업준비생들의 대기업 선호도가 높아 민간 대기업으로 확대할 경우,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숫자만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15세부터 34세 이하로 정해진 나이에 따른 차별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있다. 예를 들어 400여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에서 34세 이하인 직원이 법으로 정한 비율에 충족할 경우에만 35세 이상 응시자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셈이다. 동시에 청년고용할당제로 청년실업률이 내려간다 해도 비청년 연령층의 실업률이 반대급부로 상승할 경우,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법은 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이밖에 중·장년층,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우선과제로 삼은데 대해 이견을 보이는 이들은 없다"면서도 "다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노동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해 보다 정책적으로 세밀하고 꼼꼼한 판단과 시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