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배곧신도시, 서울대 이전 '주춤'…입주민 "집값 떨어질까 걱정"
"사실상 건설사들과 시흥시가 서울대에 땅과 건물을 지원해 주면서 서울대라는 브랜드를 가져와 분양가를 높인 것 아니냐. 서울대가 안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이다."(H 건설사 아파트 입주민) 지난달 29일 찾은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의 서울대 캠퍼스 부지는 일부 땅을 다지는 기반 공사는 진행 중이었지만, 여전히 건물을 올리기 위한 첫 삽은 뜨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대와 시흥시는 실시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될 뿐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주를 앞둔 주민들은 사업 무산으로 피해를 볼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1일 시흥시 등 업계에 따르면 이곳은 오는 8월 서울대 시흥캠퍼스 부지와 바로 인접한 한라 비발디 캠퍼스 1차 2701세대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한라건설은 내년 2월과 9월 순차적으로 한라 비발디 캠퍼스 2차 2695세대, 3차 1304세대를 각각 입주시킬 예정이다. 배곧신도시에 들어서는 신규 분양 아파트 중 가장 큰 단지인 한라 비발디 1차의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곳 분위기는 가라앉은 상태다. 이미 배곧신도시의 북쪽, 배곧 생명공원 옆에 있는 SK뷰 1442세대와 호반 베르디움 1차 1414세대는 앞서 2015년 이미 입주를 마쳤다. 호반 베르디움 2차(1206세대)도 지난해 11월부터 입주했다. 오는 12월 호반베르디움 3차 1647세대와 내년 1월 한신 휴플러스 1358세대의 입주가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이 백지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입주 아파트 분양권 웃돈 수준도 예전만 못하다. 한라 비발디 캠퍼스 1차의 경우는 분양 초기 웃돈이 평균 4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1000만원 대로 떨어졌다. 일부 바다 조망이 보이는 곳은 여전히 웃돈이 6000만원 수준이나 그 외 단지의 경우 대부분 웃돈이 1000만원 수준이다. 2015년 입주한 SK뷰와 호반베르디움 1차가 초기 분양가 대비 집값이 5000만원]~1억원 가까이 오른 것에 비하면 한라 비발디의 경우 서울대와 인접해 있음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한라의 경우는 그동안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를 내세우면서 교육 특화 도시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서울대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분양가 웃돈 거품도 빠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로 광고하던 건설사, 사업 지연 '부메랑' 맞아 배곧신도시는 과거 한화가 화약성능시험장으로 매립했던 부지를 시흥시가 매입해 개발하는 땅이다. 490만7148㎡에 5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 2만1541가구와 교육·의료 시설 등이 들어선다. 배곧신도시는 배움터를 뜻하는 우리말 '배곧'에서 유래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이전이 핵심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서울대와 시흥시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하자 서울대 총학생회장단이 본부점거 농성을 하면서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가 제대로 된 재정 계획도 없이 '서울대'라는 브랜드를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실시 협약을 취소를 요구한다. 그러나 서울대 측은 실시협약이 법적 강제력을 갖는 계약이고 대학이 10년 동안 추진해온 사업이라 취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는 학생들과 이견을 조율하지만. 좀처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흥캠퍼스 조성 공사 지연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문제는 실제 이 지역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이 "배곧신도시가 서울대 유치를 통해 교육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는 광고로 입주민을 끌어모았다는 점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입주민 불만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시흥시와 한라가 캠퍼스 부지 66만2009㎡와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서울대를 이용해 사실상 사기 분양을 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실제 한라 비발디 캠퍼스 홈페이지에는 '단지 옆 공교육 혁신을 위한 서울대 사범대 협력 시범 초·중·고용, 단지 내에는 서울대 위탁 운영 어린이집 및 유치원이 유치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한라 비발디 입주 예정자 A씨는 "사업이 계속 지체되면 입주자들을 모아 서울대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기존 인근 아파트 단지 대비 평당 분양가가 200만원이나 비싼 데도 분양을 받은 것은 서울대 유치 광고 때문이다"고 전했다. 시흥시는 실시협약까지 맺은 상황에서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을 무산시킨다면 도의적인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시흥시에서도 서울대와 학생들이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서울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권봉재 시흥시 배곧기획팀장은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모두 닦아 놓은 상태이고, 현재도 일부 공사가 진행 중이다"면서 "학생들과 서울대가 어떤 건물이 들어갈지 서로 정하면 바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곧신도시의 부동산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서울대를 이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단순히 서울대 이전만이 목적이 아니라 산학협력, 의료, 대학원 등 다양한 기능을 가져오려는 것이 기존 계획이었다는 설명이다. 권 팀장은 "서울대가 들어온다고 해서 집값이 오른다면 관악구가 서울에서 제일 집값이 비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의료 시설과 산학협력이 가능한 대학교를 찾다 보니 서울대와 협약을 맺은 것이고 그 대학교가 서울대가 아닌 다른 대학이 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라 역시 서울대 총장이 시흥캠퍼스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므로 사업이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를 이용해 분양가를 높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분양 수익의 경우 시흥시와 서울대 이전 지원금으로 들어가므로 그리 크지 않아 큰 이익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시공에서는 일정한 이익을 얻기는 하지만, 분양 수익은 거의 없다"면서 "서울대 내에서 문제가 원만하게 합의돼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하루빨리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