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유혹, 대포통장②]범죄조직 필수품 '대포통장' 모집 기승···통장 양도 '명백한 범죄'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나 사기도박 등 주요 범죄 도구로 쓰이는 이른바 '대포통장'. 최근 통장만 빌려주면 수백만 원을 준다는 대포통장 모집 광고가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대포통장을 사고파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규제가 강화하면서 '통장을 잠깐 빌려주면 몇백만원을 주겠다'고 광고해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일이 어려워지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모집 방식이 활개를 치고 있다. 기존 서울과 용산, 영등포 등지를 돌며 노숙인에게 접근, '명의를 빌려주면 생활비와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속이는 방식에서 온라인과 각종 구인게시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수익·단기 알바, 세금 감면, 취업, 가상화폐 '비트코인' 구매대행 등을 내세워 꼬드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심지어 외국인 전용 대출을 빙자한 대포통장 모집 방식까지 등장했다. 최근에는 채용을 가장해 월급을 입금할 계좌번호나 통장을 요구하고, 구직자의 개인정보를 악용해 직접 대포통장을 개설한 뒤 유통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일자리를 구하려는 절박한 구직자들이 사기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통장 빌려주면 돈 준다'···대포통장 모집 사기 신고 줄이어 금융감독원이 '통장을 빌려주면 돈을 준다'는 대포통장 모집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신고가 줄을 잇자 주의를 당부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포통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4900만여 명에게 대포통장 주의 문자메시지를 통신사 명의로 발송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포통장 모집 관련 신고 가운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유형은 579건으로 2015년보다 283% 급증했다. 특히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9% 증가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신규 계좌 개설 심사를 강화해 사기범들이 대포통장을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한 대포통장 모집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구직자들에게 단기 고수익 알바 등을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통장을 빌려달라거나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통장과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대포통장 신고자에게 최대 5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사람에게 통장을 양도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고, 통장 매매는 처벌 대상"이라며 "세금 감면이나 취직 등을 빌미로 통장이나 은행 계좌, 비밀번호 등을 요구한다면 사기 범죄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포통장 모집 광고를 발견하면 금감원 홈페이지(fss.or.kr)에서 '민원·신고→불법금융신고센터→대포통장 신고', 또는 국번 없이 금감원 콜센터 1332로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부터 주부까지'… 대포통장 유통조직 적발 대학생과 주부, 회사원 등이 포함된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통장 유통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형사5부(부장 정대정)는 지난 6일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학생 A(30)씨 등 9명을 구속기소 하고, 2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2명을 기소 중지하고, 나머지 5명은 관할 검찰청으로 이송했다. A씨 등은 지난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3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해 회사 명의로 대포통장 663개를 만든 뒤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나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판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개인 명의의 대포통장 모집 단속이 강화돼 유통이 어려워지자 명의 대여자를 직접 찾아 대여자 이름으로 다수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포통장 유통에 가담한 A씨 등은 서울 등지에서 유령법인을 설립해 대포통장을 만들어 모집책에게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인터넷 도박이나 사채 빛 등으로 돈이 필요하자 인터넷 검색 등으로 알게 된 대포통장 모집책을 통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포통장을 양도하는 범행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확산하고, 이렇게 유통된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 등 각종 서민생활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며 "대포통장 유통 사범을 지속해서단속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통장 양도 '명백한 범죄'···"은밀한 대포통장 거래 적발 쉽지 않아"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통장을 빌려준 뒤 임대료를 받지 못할뿐더러 처벌까지 받았다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메신저, SNS에서 공공연히 대포통장 거래가 끊이지 않고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포통장 양도 자체가 불법인 탓에 피해를 보고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워낙 음성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거래를 확인한 것 역시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서는 은행 계좌나 카드 등을 거래하는 행위는 실시간으로 대부분 걸러지지만, 휴대전화나 메신저의 경우 무작위로 발송하는 탓에 신고하지 않으면 범죄 행위를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장을 잠시 빌려준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명백한 범죄다. 지난해 1월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처벌이 한층 강화했다. 다른 사람 명의 통장을 보관·전달,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통장 거래 시 실제 돈을 주고받지 않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순간의 유혹에 현혹돼 은행 통장이나 현금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면 범죄의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리 대가성이 없다고 할지라도 전자금융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통장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 양도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